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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Aug 25. 2018

2018년  여름 일상

오늘을 살다

일상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여름은 뜨거웠다.

날씨도 뜨거웠지만 내 마음이 뜨거웠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빼고는 여름에 네 식구가 모이기 힘들었었다.

온 가족이 축구하는 둘째 리듬에 맞춰져서 여름엔 아이 경기 응원에 따라다니느라 가족끼리 오붓한 휴가는 없었다.  


엄마, 아빠는 응원하러 쫒아다니지만 큰 아이는 그 아이 나름의 취향이 있으니 영덕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는 이상 각자 보내는 여름이었다.

영덕에 경기가 열리면 최애하는 대게를 먹으러 따라 나섰지만, EPL을 보던 눈이 꼬꼬마들 축구 보면 버린다고 초등 고학년 이후 동생 경기는 제대로 관람한적 없었다.


둘째는 둘째대로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전국에서 열리는 축구대회 참가하느라 마음과 몸을 쉬이 두는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남들은 고등학교1학년이면 더더욱 준비에 철철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런 생각보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 혼자 꿈에 부풀었던 것 같다.

꿀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신이 났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귀차니즘 세 남자들이니까 이동 시간을 짧게 잡고 날이 더우니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잡아야 겠어.

모두 먹는 걸 좋아하니 제대로 먹는데 신경을 써야 겠고, 10대 20대 아이들은 물건 사는 걸 좋아하니 쇼핑도 계획에 넣어야지.

결혼 전 직장 근처였던 신당동 떡볶이
매우 비쌌던 호텔 스낵들
가장 맛났던 감자튀김

나들이를 계획했던 저녁 밤에는 소나기가 쏟아져서 질척대는 경리단길을 걷느라 아이쇼핑을 하기 어려웠고,

늦게  휴가지(서울이었지만)로 합류하는 큰 아이와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비오는 거리에서 한 참헤매느라 둘째 녀석 입이 일미터는 나왔던 것 같다.

너무 여유롭게 일정을 잡는 바람에 다음 이동 시간과 맞지 않아 새로 끼워넣은 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뿔딱지가 나서 (아, 이것도 둘째 ㅠㅠ) 혼자 한 켠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뚫어져라 보며 성난 등짝으로 부부에게 항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잊지 못 할 휴가 였다.


남편과 나는 카페 데이트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더운 방안에서 배틀그라운드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면 라면 끓여 먹으라고 두고,  둘이 달콤한 빵이나 과자를 곁들일 수 있는 카페를 찾는다.


"이번 여름 나에겐 괜찮았던 거 같아."

"그래?"

"응. 결혼하기전,,, 그러니까 20년도 전에 직장생활 하던 동네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우리 그 근처서 처음 만났을 때랑 같이 밥 먹으러 가던 곳. 나 퇴근할 때 기다렸던 당신 차. 그런게 어제 같이 느껴지더라고."

"시간 많이 흘렀네."

"응.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고, 족발 먹을 때 어떤 생각 했는지 알아?"

"어떤 생각?"

"그 당시엔 내가 족발같은 음식 못 먹었잖아."

" 회도 못 먹었잖아. 청국장도 못 먹었고."

"그러니까~. 그런데 이번에 먹는데 참 맛있더라고.  건널목 하나 건너면 족발집이 주욱있고, 회사 사람들이 족발집에서 회식하자고 하면 발도 안들이고 집으로 가곤 했는데 내가 그 때 왜 그렇게 고집이 강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다른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에 꽤 보수적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더 경험하고 알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흘려보내고 살았겠구나 싶더라고."

"지금은 알았으니 다행인거네."

"응. 지금에라도 알았으니 너무 다행이지. 내가 훨씬 더 즐겁고 기쁘게 누릴 수 있는 것을 내가 가진 고집 때문에 아깝고 아쉽게 놓치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밤 마다 생각을 해봐. 순간을 잘 누리고 싶단 마음? 그런거"

달달한 맛난 빵

넓은 집 놔두고 매트리스를 에어컨 주변에 한 곳에 모아 오붓했던 시간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갔다.

큰 아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작은 아이는 학교 숙소로 들어갔고 남편도 다시 타이트하게 생활하기 시작했다.

아직 창 밖으로 매미 소리가 끼익 끼익~ 하고 들리는데 모두들 제 자리고 돌아간 것 같으니 뜨거운 여름이 내게서 한발짝 멀어진 것도 같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온다.

거실에 있던 매트리스를 각기 제 방에 넣어놓고, 소파들을 제 위치에 갖다 놓고, 티비 시청하며 운동할 자전거도 제자리에 가져다가 놓는다.


주문한 음식을 먹거나 외식하느라 방치되어있던 냉장고 정리도 좀 해 본다.

아직 반은 더 꺼내 놓고 정리해야 하지만, 비닐 봉지에 둘둘 말려있던 야채들을 다듬어 보관함에 넣어두니 냉장고 다이어트가 좀 된 듯 하다.

이젠 재활용하러 일층에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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