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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보 Apr 12. 2023

무채색에서 파스텔톤으로

 따뜻한 파스텔톤을 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 스스로를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십 대 후반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잘하는 게 없다', '뚜렷한 개성이 없다'로 시작되는 자기 비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꺼릴 정도로 강력한 심리적 족쇄로 작용했다. 다행히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가 말라가는 화분을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영양분을 듬뿍 줬다. 그리고 타고난 기질이 시련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려는 면이 있어 현재는 비글미 넘치는 막내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몰라 본연의 색을 발산하지 못하던 못난이에서 지금은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파스텔톤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재정의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위해 작은 시도를 반복했다. 노력한 것에 비해 많은 것을 원하던 욕심을 내려놓기, 나를 갉아먹는 상사가 있는 곳을 탈출해 이직하기,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 꾸준히 책 읽기, 체중 감량하기,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고 그것을 위해 돈쓰기(나의 경우에는 글쓰기),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경험하기(유튜브 채널 운영,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운영), 자산을 불리기 위해 재테크에 관심 갖기 등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결국, 서른을 앞둔 나이에 '나만 여전히 무채색'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자는 시간을 줄이면서라도 작은 성취를 연쇄적으로 이룩해 내는 것이었다. 약 1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기초체력 유지와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꾸준히 달렸다. 주말에는 돈 버는 역할이 가장 중요한 회사 안 부품의 역할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심장이 뛰는 호모루덴스의 삶을 만끽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무채색이었던 나는 웃음기 많은 파스텔톤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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