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2018년 9월.
사당역 파스텔시티 지하 출입구.
거기서 처음 만나기로 했다.
이미 한 달가량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어떤 사람이겠구나 하는 기대와
구체적이지 않은 친밀감이 이미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당역이라 해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당시 나는 갖고 있는 옷 중 유일하게 깔끔한...
하늘색 폴로셔츠를 입고 나갔다.
그때 그녀와 통화를 하며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카톡과 똑같은 말투에 낯선 목소리.
서로 '저는 사당역이다, 그쪽은 정확히 어디냐' 물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통화를 하며 걷는 여성분이 여럿 있었다.
저 사람인가? 아닌가? 저 사람인가?
내 눈이 여러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때,
순간적으로 멈춘 내 눈에는 흰색블라우스,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여자분이 보였다.
'와 저 여자분이었으면 좋겠다.'
무의식 중에 떠오른 내 마음이
통화소리와 그녀의 입모양이 맞아 드는 걸 확인하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도 웃는 내 모습을 봤는지 나를 보며 웃어줬다.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됐을 때, 나는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그녀도 그때의 내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아무리 때 빼고 광내도 왜 그때의 모습이 안 나오냐며 핀잔을 준다.
미안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 그분 어디 가야 볼 수 있냐고 농담을 한다.
우린 서로에게 너무 좋은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이젠 와이프가 된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이러했다며
바보 흉내를 내는데 그런 모습까지 좋아해 줬다니 다행이다.
이제 곧 결혼 2년 차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여전히 바보 같고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
‘괜찮은 친구 있는데 소개받아볼래요?’
라고 하는 회사 선배의 지나가는 말을 붙잡길 잘했다.
나이스 캐치였다.
첫인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