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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비용이 아니라, 가치를 인정하는 회사의 언어다

13. 연봉에 담긴 철학: 성과보상 원칙을 설명하는 대화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III. 성장 엔진 구축하기 - 스케일업의 대화(성장기, '10 to N'으로 전환)


13. 연봉에 담긴 철학: 성과보상 원칙을 설명하는 대화



"얼마를 받는가"보다 "왜 그렇게 받는가"가 명확할 때, 조직의 신뢰는 단단해진다.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고, 왜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두려움

어느 날 오후, 당신은 커피 머신 앞에서 무심코 팀원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혹은 익명의 회사 리뷰 사이트에서 당신 회사의 연봉 정보가 떠도는 것을 발견한다. 누군가는 조용히 분노하고,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낀다. 당신은 이 '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두렵다. 연봉은 철저히 1:1로, '밀실'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민감한 정보라고 믿는다. 보상 원칙이나 급여 밴드를 공개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던 팀 내부에 불필요한 비교와 갈등의 불씨만 지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싫은 마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보상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 기준을 공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들에 답할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을 죽이는 건 점점 높아지는 인건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단위 생산성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며, "다들 본인이 승낙한 연봉 조건이니 알아서 생각하겠지", "괜히 건드려서 문제 만들지 말자"라고 생각하며 이 대화를 피하는 것은, 어쩌면 리더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일 수 있다.


신뢰라는 가장 비싼 자원, 그리고 늘어나는 런웨이

하지만 당신이 침묵하는 동안, 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연봉을 추측하고 불만을 키워간다. '깜깜이 연봉'은 결코 갈등을 막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불신과 루머를 양산할 뿐이다. 'Beyond 10' 단계에서 보상 원칙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대화는 단순히 공정성을 보여주는 제스처가 아니다. 이것은 회사가 어떤 행동과 결과를 가치 있게 여기는지 명확히 선언하고, 그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투명성은 협상에 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준다. 이 대화는 회사가 성장하며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많은 갈등 속에서 조직의 근간이 되는 '신뢰'라는 가장 비싼 자원을 지키는 핵심적인 대화 설계이다. 궁극적으로, 최고의 인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투명하게 제공하여 '인력 생산성의 밀도'를 높이는 것은, 인건비 대비 산출물을 폭증시켜 회사의 '런웨이'를 늘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영업비밀인데, 연봉을 어떻게 공개합니까?"

"개인의 연봉 정보는 민감한 영업비밀이다. 이걸 공개하면 경쟁사 좋은 일만 시키는 거다.", "사람마다 기여도가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인 밴드를 만드나? 뛰어난 사람은 그만큼 더 받아야 공정하다." 이런 생각들은 보상 투명성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조용한 퇴사와 협상의 늪

그 착각은 조용한 비극을 낳는다. 불투명한 보상 기준 아래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심지어 높은 연봉의 능력자조차도 그렇게 느끼며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거나,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으로 떠난다. 남은 직원들은 자신의 연봉이 공정한지 알 수 없기에, 끊임없이 '협상'을 시도한다. 리더는 매년 연봉 시즌마다 직원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반복하며 엄청난 시간과 감정을 소모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회사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조용한 에이스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목소리 큰 사람'만 더 많은 연봉을 받아 가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뢰 상실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채

이것이 바로 당신이 치르는 가장 값비싼 '보이지 않는 부채'이다. 진짜 비용은 느려지는 개발 속도나 줄어드는 런웨이만이 아니다. 남아있는 직원들 사이에 퍼지는 '우리 회사는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 그리고 그로 인해 저하되는 동기 부여와 생산성이다. 당신이 '평균'이라는 이름 뒤에 숨거나 '비밀주의'로 감춘 정보 때문에,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제시

보상 투명성의 핵심은 "누가 얼마를 받는가(What)"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금액이 결정되었는가 (How)"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보상은 비밀스러운 협상의 결과가 아니라, 회사의 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투명한 공식이자 철학임을 선언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 '왜(Why)'와 '어떻게(How)'가 명확할 때, '얼마(How much)'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은 줄어들고, 직원들은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자신의 행동을 정렬하게 된다. 런웨이는 인건비를 깎아서 늘이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인건비 대비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때 진짜 런웨이가 늘어난다.


프레임워크 제시: 투명한 보상 원칙 설계 및 소통 3단계


1. 보상 철학 정의:

우리 회사는 시장 대비 어느 수준(상위 25%, 50%, 75%)으로 보상하여 최고의 '인재 밀도'를 추구할 것인가? 어떤 역할(레버리지 포지션)에 더 높은 가치를 둘 것인가? 대기업식 연 1회 인상 사이클을 폐지하고, 명확한 '결과 이벤트'가 있을 때 수시로 보상을 조정할 것인가? 현금, 지분, 보너스의 비율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명확히 정의한다.


2. 역할별 밴드 및 기준 설정:

정의된 철학에 따라 각 역할(직무 및 레벨) 별 급여 밴드를 설정하고 공개한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밴드 내 위치가 결정되는지(임팩트, 레버리지, 시장 상황 등), 밴드 상승 조건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 (오퍼 원칙 공개)


3. 투명한 공개 및 소통:

설정된 보상 철학, 역할별 급여 밴드, 그리고 결정 기준을 내부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대화를 설계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내부 협상 비용(시간, 감정 소모, 직원간의 불신 등)을 줄이는 것이다.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 보상철학 (Compensation Philosophy):

보상을 통해 회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행동을 장려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선언. (예: "평균이 아닌 성과 밀도를 산다", "속도에 돈을 건다")


# 급여밴드 (Salary Bands):

역할과 레벨에 따른 급여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기준. ('공개 급여 밴드')


# 결과이벤트 (Result Event):

'연 1회 인상 사이클 폐지'. 명확하게 정의된 성과 달성 시점에 보상을 조정하는 트리거. (예: '출시→현금화 리드타임 -25% 달성', '신규 로고 톱티어 2개 수주' 등)


# 인재 탤런트 밀도 (Talent Density):

"업계 평균 급여는 업계 평균 성과를 낸다"는 원칙. 소수의 핵심 인재(상위 인재 1명 = 평균 인재 2~10명)에게 집중적으로 보상하여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속도를 극대화하는 전략. (No-average 오퍼)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Talk Script & Tactics)


✓ 피해야 할 표현 (모호함과 비밀주의):

- "연봉은 개인의 능력과 협상에 따라 다릅니다." (기준이 없다는 말과 같다.)

- "회사 내부 규정상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불신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열심히 하면 내년에 올려줄게요." (막연한 약속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투명성과 명확성):

+ (보상 철학 발표 시) "우리 회사의 보상 철학은 '업계의 상위 25% 수준으로 보상하여 최고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압도적인 성과를 만들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는 연봉 대비 생산성을 주요 기준으로 봅니다."

+ (급여 밴드 설명 시) "Senior Engineer의 연봉 밴드는 1.0억에서 1.6억이며, 지분은 0.25%에서 1% 범위입니다. 밴드 내 위치는 단순히 연차가 아니라, 담당하는 문제의 복잡성, 코드의 품질, 그리고 팀 전체의 속도에 미치는 영향력(레버리지)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이 기준과 밴드는 내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 (결과 이벤트 설명 시) "저희는 연 1회 정기 인상이 없습니다. 대신, '신규 고객 3곳 유치'나 '핵심 기능 출시 리드타임 30% 단축'과 같은 명확한 '결과 이벤트'를 달성했을 때, 그 기여도를 평가하여 수시로 보상을 조정(스팟 보너스, 승격, 지분 부여 등)합니다. 결과가 나오는 순간에 베팅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방식입니다."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사례 분석: 버퍼(Buffer)의 '완전 투명 급여' 실험

소셜 미디어 관리 도구 회사인 버퍼(Buffer)는 초기부터 극단적인 투명성을 실험했다. 그들은 모든 직원의 이름과 직책, 그리고 정확한 연봉 액수를 회사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가 아닌 '어떤 시스템을 공개했는가?')

버퍼는 단순히 '연봉 공개'라는 충격 요법을 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연봉이 결정되는 '공식(Formula)'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 공식은 직무 역할, 경험 수준, 거주 지역 물가, 로열티(근속연수) 등 객관적인 변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는 이 공식을 통해 당신의 연봉이 결정된다는 것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만약 당신이 이 공식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언제든 우리에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몇 가지 중요한 효과를 낳았다.

첫째, 직원들은 자신의 연봉이 자의적인 협상이나 편견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에 강한 공정성을 느꼈다.

둘째, 채용 과정에서 연봉 협상에 드는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사라졌다.

셋째, 이 극단적인 투명성은 버퍼라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물론, 완전 공개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하여 모든 회사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액수' 공개가 아니라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Checklist & Next Steps)


Takeaway & 행동 강령

지금 당장 당신 회사의 '보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보라. ("우리는 평균 성과를 사지 않는다"와 같이). 그리고 그 철학을 팀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대화'를 설계하라. 침묵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체크리스트

[ ] 우리 회사의 보상 철학(시장 위치, 성과 연동 방식, 탤런트 밀도 등)이 명확히 정의되었는가?

[ ] 주요 역할별 급여 밴드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설정되고 공개되었는가?

[ ] 연봉 외 지분, 보너스 등의 구성 요소와 지급 기준이 명확한가?

[ ] 연 1회 인상 대신, 성과 기반의 '결과 이벤트'가 정의되었는가?

[ ] 이 모든 철학과 기준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준비가 되었는가?


지식의 무기고 확장하기

✓ (해외 도서)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규칙 없음 (No Rules Rules)』: 넷플릭스가 어떻게 '업계 최고 대우'와 '솔직한 피드백'을 결합하여 최고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지 보여준다.

✓ (해외 블로그) Buffer Open Blog: 버퍼가 급여 투명성 실험을 진행하며 겪었던 과정과 교훈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 (국내 자료) ZUZU(주주), 쿼타북(Quotabook) 등: 스톡옵션 설계 및 관리, 국내 스타트업의 보상 트렌드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Levels.fyi, Radford 등 글로벌 IT 기업 연봉 데이터 플랫폼 참조.


다음 챕터로의 연결

최고의 인재를 뽑고(11장), 그들이 함께 일할 문화(12장)와 공정한 보상 시스템(13장)까지 설계했다. 이제 당신의 회사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더 빠르게 성장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사무실 벽이 사라질 때, 소통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다음 챕터에서는 "원격 근무 시대, 의도적인 소통을 설계하는 법"을 통해, 분산된 팀의 효율성과 결속력을 높이는 새로운 대화의 규칙을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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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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