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남짓 숲을 오르면 고갯마루가 나온다. 이 고갯마루에서 3개의 등산로가 갈라지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또 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돼 옆 마을로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길은 좁아서 마주치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 선 채 비켜주어야 한다.
사람들의 소망은 적막한 숲에서도 넘쳐난다. 고갯마루 아래 돌무더기가 새로 생겼다. 돌무더기 틈바구니에 커다란 애기똥풀이 꼿꼿하게 피어있다. 꽃을 피울 환경이 척박해 꽃은 더 힘을 낸 것일까. 주변 꽃들에 비해 유난히 크고 줄기가 씩씩하다. 앞서 가던 등산객이 돌 하나를 집더니 소망 하나를 더 얹고 내려간다.
훌륭한 오브제다.
다소 거칠어진 숨을 잠시 고르며 숲이 마련한 이 오브제를 감상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나를 만들고 내가 되는구나. 환경의 영향 아래 놓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은 선택할 수 없다고 여기는 나의 마음이 저 돌무더기였어. 나를 둘러싼 돌무더기 안에서 나는 나의 태도와 관점을 정할 수 있다. 돌무더기가 내 환경과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와 관점이 나를 방해할 수도 있고 원하는 나를 만들 수도 있는 거야. 그 무엇이 될지, 이 시간 무엇을 할지는 내가 정하는 거다. 여린 애기똥풀이 힘을 낸 것처럼 힘을 내자. 그것이 돌무더기 안에 갇히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