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달라졌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버스나 전철안의 모습, 내가 일하는 학원의 교실 풍경 모두 예전과 다르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풍경에 대한 처음의 생경한 기분은 사라지고 어느새 익숙해진 이 불편함에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라는 새로운 관습에 적응한 듯싶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 직업은 학원 국어 강사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마스크 착용이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긴 시간 말을 하면 체온이 오른다. 그것을 입과 코로 조절해야 하는데 마스크가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근 후 내 몸은 예열하는 오븐처럼 서서히 열이 오른다. 게다가 수업 중 화가 나는 일이 벌어지면 정말 괴롭다. 사람이 화를 내면 소위 열이 오른다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수업이 끝나고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 하는걸까. 마스크를 쓰다보니 상대방의 눈을 자꾸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어서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지금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지는 몰라도 우리는 마스크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반익명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상대가 누군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나 자신을 위축되게 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우리는 언제쯤 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개인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한 개인의 삶에 강력하게 영향을 주는 것은 얼마나 그릇된 일인가. 하지만 나는 거부할 수가 없다. 두려움을 주는 것이 대면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실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마스크는 두려움이자 무력한 저항이다.


요즘 내 얼굴을 벌겋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놈들이다.

그래도 좋은 점 한 가지는 있다.

이놈들이 잡담을 덜한다는 것.


얘들아, 우리 열내지 말고 살자꾸나.

안 그래도 두렵고 무서운 세상인데 우리끼리는 좀 봐주자!

과제는 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파란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