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희망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며칠이나 된 것일까. 비가 내린 날수를 세다가 잊어버렸다. 연일 내리는 비에 영혼까지 습해져 곰팡이가 핀다.

여기저기서 이런 비는 처음이라는 말들이 들린다. 오늘도 마당에 나가 빗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하고 들어오는데 호랑이가 장가라도 갔나? 갑자기 햇살이 비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멀리 하늘 한 귀퉁이가 파랗다.



손바닥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작게, 백일 된 아기 손바닥만큼 파란 하늘이 보인다.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파란 하늘이 이토록 감동일 줄은 몰랐다. 빼꼼히 내민 파란 하늘을 보고 있자니 기운이 난다.

저 작은 면적의 파란 하늘만 보여도 좋은 거구나.


어디서 숨죽이고들 있었을까.

비기 그치니 새소리, 온갖 벌레소리, 매미소리

가득 차다 못해 요란하게 허공을 채우고 있다. 마치 살아있음을 신고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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