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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안경을 맞췄다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새 안경을 맞췄다


눈앞이 자꾸 희미해지고 대상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초록과 푸른 하늘을 한동안 들여다봐도 눈앞이 선명하지 않았다 밥그릇에 담긴 밥알이 모두 한 뭉터기로 보였다 오뎅 국물 속에 빠진 게 날파린지 다른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눈에 눈곱이 꼈다고 자꾸 떼라고 했으나 잘 보이지 않았다 조퇴해야겠다는 어린 제자의 눈을 보아도 아이의 그 안쪽 속이 보이지 않았다 시비를 가리는 그이의 입가에 아주 잠깐 머무는 그림자가 미소인지 썩소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2만 원을 5만 원으로 보낸 후 나는 안경점으로 갔다 늘 늦게 깨닫는다


새 안경을 맞췄다

좀 더 비싼 것으로 해 달라고 청했다

안경을 맞추니 보이는 것이 모두 선명하다

다른 것도 선명했으면 좋겠다


내 안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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