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갔다. 강화 너른 들이 훤히 보이는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또각거리며 아침을 차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일어나 나가보니 북엇국 냄새가 구수했다. 동글동글한자갈돌처럼반지르한 밤이 박힌 밥과 북엇국을 내는 안주인은 찬이 없다며 많이 드시라고 했다. 찬이 없는데 많이 먹으라는 이 관습적인 표현은 분명 모순인데 모두가 사용한다. 또 객쩍은 생각이 머리를 드는 순간 북엇국 한 술에 눈이 번쩍 뜨였다. 맛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음식을 내온 안주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는다. 그러더니 내가 무친 조개젓을 가리키며 엄지를 세우고 레시피를 묻는다. 일단 먹고 레시피 교환합시다,하니 북엇국 담긴 냄비를 내게 밀어준다. 그녀의 북엇국 레시피의 비법은 자른 북어채를 들기름으로 볶고 무를 넣은 후 물을 냄비 가득 붓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붓고 졸이다가 또 물을 붓고 하며 세 번에 나누어 졸이듯 끓이는 것이었다.간은 국간장과 천일염으로 하고 북어와 무 외에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단다. 국간장은 끊일 때부터 넣고 모자라는 간은 마지막에 천일염으로 한다.
집에 와 끓여보니 그녀가 끓인 국의 색깔과 얼추 비슷했다. 가족들이 그동안 끓인 북엇국과 다르다며 사골탕 국물을 넣었냐고 묻곤 맛있게 먹는다.
요즘 들어 김치나 된장찌개, 두부조림과 북엇국, 심지어 밥까지 새로 배운 레시피로 요리한다. 그동안 만든 음식들이 흉내만 내던 어설픈 맛이었다면 새로 익힌 방법들은 뭔가 제대로 된 맛이라는 느낌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빨리 만든 음식들과 많이 다르다.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그 재료들을 넣는 순서도 내가 해 오던 방식과 달라서 흔한 음식들이지만 만들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든다. 마늘 하나만 해도 찧는 것과 다지는 것, 편으로 써는 것 등 그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자주 술을 마셔 온 사람이 60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북엇국을 끓이게 되었다. 북엇국을 한 번 더 끓여보려면 먼저 술을 마셔야겠다. 히히, 술 사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