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이야기 1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어머니께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긴 서울살이를 끝내고 고향인 횡성으로 옮겨가셨다. 평소 꽃을 좋아하셔서 협소한 아파트 베란다나 빌라 손바닥만 한 땅에다 온갖 꽃이며 나무를 심어 두고 감탄하시던 어머니 었다. 그 나무가 자라 아래층 거실 창을 가리자 실랑이가 일었다. 봄이 되어 막 꽃봉오리를 달기 시작하던 나무는 결국 잘려나갔다. 어머니는 내색은 안 하셨지만 밥맛을 잃으셨고 결국 동생의 결단으로 고향에 내려가셨다. 동생은 어머니를 위해 집의 면적보다 더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구했다. 어머니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하루 종일 마당에서 살았다. 집 주변엔 라일락이며 들국화, 데이지, 마가렛과 카네이션, 달맞이, 매발톱, 나리 그 외 이름도 모르는 꽃들을 심으셨고 마당 가장자리엔 매실과 복숭아, 앵두 등을 심으셨다.


어머니를 뵈러 달에 한두 번은 횡성에 간다. 봄 햇살이 푸지게 졸음을 불러오던 날도 횡성으로 향했다. 벌써 초록이 짙어지기 시작해 눈이 다 시원했다. 횡성읍에 들어서서 어머니 집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면 넓은 섬강이 흐른다. 그런데 그 도로변 인도 가장자리가 온통 빨갰다. 의아한 마음에 뭐지? 하며 주의 깊게 보았다. 세상에, 작약이었다. 길가 가로수 맞은편 인도의 가장자리 노변에서 족히 2-3Km는 줄지어 빨간 작약이 피어 있었다. 처음엔 작약 인지도 몰랐다. 전체적으로 품위 있는 모양과 시원시원한 잎이며 강렬한 빨간색의 꽃은 특별한 기쁨을 맛보게 했다. 나는 오랜만에 충만하고 순수한 기쁨으로 마음이 들떴다. 어머니 집에 당도하니 어머니 꽃밭에 똑같은 꽃이 피어 있었다. 그런데 빨간 꽃뿐이 아니라 분홍과 흰색에 가까운 꽃도 있었다. 이름을 물으니 작약이라고 하신다. 그때 작약을 알았다. 그 이후론 어머니께 간다고 하면서 마음은 작약을 봐야지, 했다. 그러다 올봄 나는 아주 상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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