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입맛을 잃으셨다고 동생이 걱정을 했다. 며칠 전에 해먹은 돼지 등뼈탕을 남편이 맛있게 먹던 모습이 생각나 등뼈탕을 끓였다. 음식을 싣고 횡성읍에 들어서면서 나는 가슴이 통통거렸다. 올해 작약은 또 얼마나 예쁠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핀 작약은 내게 특별한 기쁨을 주었다.
평소처럼 섬강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분위기가 휑했다. 빨간 작약은 보이지 않고 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그 자리에 설치되어 있었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약이 가림막에 꽂혀 있거나 뽑혀 나가 있었다. 가끔 작약이 보이긴 했으나 그건 예전의 그 작약의 품위가 아니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명맥을 유지하려는 가련한 모습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아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멍하게 서 있었다. 뒤이어 오던 차가 클락션을 울리며이상한 듯 돌아보았다.
어머니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 꽃밭의 작약은 작년과 다름없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어머니께 물으니 공사가 시작되어 아마도 작약들이 철퇴를 맞은 모양이라고 혀를 차셨다. 어머니는 등뼈탕을 맛있게 드셨지만 나는 입맛을 잃어 먹을 수가 없었다. 작약이 눈에 아른거렸다. 이상한 상실감이 마음에 차올라 슬프고 쓸쓸해졌다. 집에 와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그도 서운해한다. 나는 주말에 용문까지 가서 큰 작약 두 분을 사다가 마당에 심었다. 작년에 심은 작약이 죽어 새 순이 나오지 않아 아예 큰 분을 사다가 심은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남편이 내게 작약 꽃잎을 주었다. 그가 준 꽃잎을 일기장에 붙이고 보니 하트 모양이다. 그가 나에게 준 것은 꽃잎이 아니라 사랑이었나 보다.
한 왕자가 사랑하는 공주를 남겨두고 전쟁에 나갔다. 왕자는 용감했으나 전장에서 죽었고 공주를 그리워하던 마음이 그 죽은 자리에 모란꽃으로 피었다. 왕자의 죽음을 전해 들은 공주는 모란꽃 곁에 머물게 해달라고 청했고 결국은 그녀도 죽어 작약꽃으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