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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살린 Dec 17. 2018

02. 짜라투스트라는 대체 뭐라고 한 거야

책 선정을 하다

독서모임 첫 단계는 책 선정이다.

우리는 겁도 없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선정했다.

아니 나의 일방적인 선언이었다.

선정 이유는 내가 두 번의 도전에 고배를 마신 책이었다는 것, 들리는 풍문에 ‘생의 의지’를 노래한 책이라는 것,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짜라투스트라는 도대체 뭐라고 한 것일까?

책을 읽을수록 더 미로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우화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끔 아름답고 힘찬 문구에 감탄하다가도

전체가 연결이 안 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탐색을 시작했다. 일단 니체와 관련된 서적과 강의를 뒤지기 시작했다.

인강으로는 고병권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일단 니체가 대단한 것은 확인했다.

책으로는 니체라는 글자가 들어간 책이라면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다.     


고명섭의 『니체 극장』,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박찬국 『니체의 도덕 계보학』 슈테판 츠바이크 『니체를 쓰다』,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다미앙 막도날드의 『유럽의 붓다, 니체』, 뤼디거 슈미트, 코르드 슈프레켈젠의  『쉽게 읽는 니이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어빈 D. 얄롬의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그리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버전과 책세상 버전     


온 세상이 니체로 가득 찼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는다고 짜라투스트라가 뭐라고 했는지 아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책들을 조합해서 2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부방을 내준 친구 명교 집에 모여 한 달에 두 번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과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만의 니체가 점점 확장되는 듯했다.

그때는 정말 니체를 안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까지 독서 모임 초기에는 누군가는 헌신을 해야 한다.

헌신은 희생이 아니다.

가장 많이 헌신한 자가 가장 많은 결실을 거둔다.

그리고 가장 많이 나눈 자가 가장 많이 가진다.

그것이 독서의 장점이다.

다행히 그 역할은 내가 맡았다.

정말 내겐 행운이었다.


그때의 니체 탐험은 책 읽기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었다.     

지금도 망원경 책 선정 기준 중의 하나는 ‘혼자서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책’이다. 
다음의 선정도서를 보라.


2018년 망원경의 정규 모임 선정도서


하름 데 블레이 『왜 지금 지리학인가』

박태원 『원효』

박동근 『생각하는 논어 이야기』

엔소니 기든스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권용혁 『한국 가족, 철학으로 바라보다』

스티븐 컨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시몬느 보봐르 『제2의 성』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조르주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정병모 『무명 화가들의 반란』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

* 2018년 마지막 정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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