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의 수많은 독서가 지금의 나를 만든 거 같지만, 중간에 만화책으로 노선을 돌려서 그런가?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어릴 때는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길 가면서도 책을 보았기 때문에 어머니는 눈 나빠진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셨고, 나는 그 경고를 듣지 않았다. 결국, 고3 때 새벽에 몰래 게임을 하면서 눈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응?
어릴 때는 여러 가지 책들을 읽었지만, 커서는 실용서 위주로 읽고 있다. 특히 아내가 질색하는 자기 개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자기 개발서도 많은 효용이 있다. 고등학교 때 도서관에서 학습지 부록으로 주는 명문대 합격 수기를 읽고.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란 마음을 먹는 정도의 효용.
물론, 그 수기를 다 읽고 나면 집에 갈 시간이었고, 할 수 있다! 란 마음은 다음날 다시 리셋되어 버렸다.
너무 실용서만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에 독서모임이란 게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혼자 읽으면 되는데 굳이 모임까지 가서 읽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독서모임에 관한 책을 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팬 심으로 책을 사서 보는데 왠지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떤 독서모임을 참석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 진행자가 참여하였던 독서모임에서 역사모임공지를 보게 되었다. 신청을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였다.
퇴근 후에 시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아내가 허락을 해줄까?
조금 더 생각해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질렀다.
인기가 있는 모임이었는지, 내가 신청하고 얼마 안 있어서 마감 공지가 떴다. 결정장애력이 높은 내가 과감한 결정을 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 뿌듯했다. 너무 들떠서일까? 첫 번째 모임 책을 바로 주문하여 읽어보았다. 하지만, 모임은 한참 남았고, 나는 너무 빨리 책을 읽어 버렸다. 막상 모임날이 되자 책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임 전에 한번 더 읽었으면 좋으련만.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을만한 열정이 나에게는 없었다.
열정은 없었지만, 예의까지 없을 순 없어서 에티켓은 숙지하였다.
1. 너무 많이 말을 하지 말고, 2. 너무 공격적으로 의견 제시하지 말며.. 등등
처음 모임 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라서 사람이 많았다. 모임 시간 2시간을 참여한 사람의 수로 나누어 나의 발언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약 10~15분 정도가 되었고, 그 시간을 나의 맥시멈 발언시간으로 잡고 모임에 참가하였다.
타이슨 형이 누구나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처맞기 전까지는...
실제 모임이 시작되니 뭔가 논리적으로 완성된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너무 오래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니, 첫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고, 마무리는 (혼자 설정한) 발언시간의 압박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이렇게 여러 번 어버버 하다 보니 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고... 이제는 척추 반사처럼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말한다. 듣는 분들이 걸러 들으시겠지...
이후 코로나로 모임은 자주 중단이 되었고, 참가자는 날로 줄었다. 진행자분은 힘들겠지만, 나는 발언시간이 많아져서 신나는 상황이 펼쳐졌었다.
지금은 대면 모임이 완전히 중단되었고, 온라인을 통해서 진행이 될 것 같다. 셀카 찍는 게 제일 힘들고, 줌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나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 기회에 신문물을 접해볼 거 같다.
역시 독서모임을 하면 배우는 게 많다.
줌 독서모임이라니.. 20세기 인간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군
* 내가 참가한 독서모임은 '하나의 책'에서 주관하는 모임이며 읽은 책은 '모두의 독서모임'이다.
홍보하는 건 아니다. 이미 잘 되는 곳이고 홍보는 내가 받아야 할 정도로 규모 차이가 있다.
약간의 힌트만 넣어서 직접 찾아보게 하는 것이 세련된 방법이겠지만,
이제는 그런 추리도 지겨운 나이... 독서모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나 같은 분들을 위해서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