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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사랑

가장에게 주어진 선택권

by 재원

평소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지만, 꽂히는 게 있으면 꼭 먹어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를 아내는 임산부냐고 타박하곤 한다.


여름엔 시원한 맥주랑 짭짤한 안주가 그렇게 땡기던데...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8 할 같다.


최근에는 족발에 꽂혀있다.

장모님이 냉채족발을 맛있게 드셨다는 얘기가 어느새 내 뇌리에 스며들었었나 보다.


양배추와 함께하는 월, 화, 수,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 치팅데이.

퇴근길에 동네 냉채족발 맛집을 검색하다가 많은 홍보 블로그를 거쳐 일반인이 작성한 리얼 리뷰를 찾게 되었고, 집에 가는 길은 냉채족발과 함께 하게 되었다.


쟁반국수도 훌륭하고, 반찬들도 맛있었다. 족발 안의 고기도 짭짤, 탱글 하니 맛있었는데 냉채 때문인지 조금 짠 느낌이 들었고. 족발 고유의 맛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또 한 주간의 기다림 끝에 주말 퇴근길을 같은 가게의 일반 족발과 함께 했다. 일반 족발은 평소 내가 원하던 맛 그 자체였다. 고기는 촉촉 부드럽고, 껍질에는 짭짤한 맛이 잘 스며들어있었다. 살점이 붙은 큰 뼈를 우동이에게 주니 나를 신처럼 우러러보았다.

족발2.jpg 우동의 시선은 아빠 손에 고정!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는지. 그다음 주 퇴근길에도 내 손엔 족발이 들려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좀 달랐다.

아내는 먼저 저녁을 먹었다며 먹지 않았고, 연우는 국수만 먹고, 족발은 나 혼자 먹었다.

아. 혼자는 아니구나 존경의 눈빛을 보내기만 하면 족발을 떨어뜨려주는 신을 만난 듯한 우동이와 함께 먹었다. 집 바닥은 좀 미끌거린 거 같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오늘 또 금요일이 왔다. 퇴근 전에 아내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으니 아무거나 괜찮단다. 그래서. ‘혹시?’ 이렇게 말하는 중에 즉답이 돌아온다.

‘족발만 빼고’

불족은 족발 카테고리는 아니지 않냐는 나의 처절한 물음은 쿠사리로 돌아왔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사가기로 했지만, 진정 원하는 걸 선택 못 하는 선택권이란...


모든 걸 포기하고 있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연우에게 저녁은 아빠가 사 올 거라 했더니 ‘족발만 아니길 빌자.’라고 했다며.


나의 족발 사랑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었구나.

족발.jpg 2:1은 불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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