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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하기.

by 재원

아이는 둘은 낳던지, 아님 안 낳던지. 이게 결혼 전 나의 기본 마인드였다.

동생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은 외롭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었기 때문에 둘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 없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결혼 전 아내에게도 이런 나의 마음을 말했었다.


그리고, 프로필을 보셨겠지만,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연우가 태어나고, 아내는 나에게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못 낳겠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 ‘안돼. 계획한 게 있으니까 한 명 더 힘 내보자.’ 고 할 수 있는 남편이 어디 있겠나? 일단, 알았다고 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라는 망각을 믿어보는 수밖에. 다들 둘째 낳을 때쯤 엔 잊는다고도 하고...

하지만, 나의 아내는 기억력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둘째를 도전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늦었다고 생각할 땐 진짜 늦었다는 박명수 님의 명언을 이 자리를 빌어서 전해준다.


여하튼, 아들을 키우는 게 처음이라 뭐든지 잘해주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호구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기본적으로 엄마를 좋아하게 세팅이 되어 있는지 호구라서 인기가 없는 건지 집에서는 항상 2대 1로 수세에 몰린다.

호구왕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나름 내 로망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 있었다. 다들 잘 믿지 않지만, 나는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을 자주 다녔는데, 가족끼리 와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좋아 보였다.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방해 없이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건설적이며 좋은 시간인가?


하지만, 나의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연우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만화책도 읽지 않는다. 나는 연우에게 어떻게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보고 싶어서 같이 도서관을 갔다. 목청이 좋고 활동적인 연우에게 잘 맞지 않는 공간이었을까? 나에게 말 걸면 조용히 하라고 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니 많이 힘이 들었나 보다. 흥미를 가질만한 책을 찾아 주었지만,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진상 게이지를 쌓아가는 연우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급하게 고른 책을 대출해서 나왔다.

도서관은 실패였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집을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독서활동을 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주제는 내 관심사인 경제로 정해서 비슷한 주제의 어린이 책을 구입했다. 먼저 연우가 책을 읽고, 내가 이야기에 맞는 경제용어를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연우는 쉽사리 이해를 못하고, 나는 그런 아이가 답답한 시간이 몇 주 흘렀는데... 아내가 우연히 옆에서 듣더니 자기도 어려운 것을 애한테 설명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한다. 아차... 내가 욕심이 너무 과했나?

경제 도서를 버리고, 이번엔 소설책으로 다시 도전했다. 해리포터를 재미있게 읽길래, 드디어 성공인가, 신이 나서 시리즈를 몇 권 더 사다 놨더니 쌓여있는 책이 부담이 되었는지, 그다음엔 읽지 않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만 한데, 해결 방법은 없고 도서관은 연우가 제일 싫어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경제를 극혐 하게 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내 로망을 접었다.


누가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가 따라 읽는다고 하였나? 그냥 다들 생긴 대로 사는 것 같다.


이렇게 책을 싫어하는 사람을 한 명 더 알고 있다. 내 동생도 책 읽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했는데, 이상하게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인풋은 없는데, 아웃풋이 많은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동생이 책 싫어하는 걸 연우가 닮은 것 같은데.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많은 것도 닮기 바랄 뿐이다.

허락되지 않는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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