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Jul 06. 2023
내가 두 번째로 완성한 단편소설을 아내가 읽고 있다. 내 첫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졸았던 적이 있던 아내는 그 당시에 다투었던 기억 때문인지 한참을 미루다가 이제야 두 번째 단편소설을 읽을 마음을 내었다.
글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는 아내에게서 어떤 비장함 마저 보였다. 처음에 읽었던 글이 그렇게 그녀를 만든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읽었을 때는 나름 괜찮았고 재미있었는데...
이번 글은 아내에게 어떤 글로 비춰질까? 또 재미없어서, 지루해서 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읽는 그녀보다 글을 읽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더 긴장이 되었다.
아내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40여 페이지가 되는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고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아내가 최대한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혼자 있게 해 주었다. 그동안 나는 거실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나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지만 신경은 자꾸 서재 쪽으로 쏠렸다. 아내가 어떻게 글을 읽고 있을지 솔직히 궁금해서 안절부절 까지는 아니어도 그녀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가 글을 읽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거실로 돌아오고는 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살펴보고 다시 거실로 나와서 잠시 동안 책을 읽고 있는데 나의 첫 번째 단편소설을 읽으며 그녀가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났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두 달? 세 달쯤 지났을까? 지금 내가 두 번째로 완성한 단편소설을 그녀가 읽고 있다. 나는 거실에 앉아 있지만 마음만은 서재에서 글을 읽고 있는 그녀 곁에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반응이 어떨지, 재미있어할지 나는 조용히 글을 읽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발걸음을 돌리고는 했다.
뒤에 서서 현재 읽고 있는 페이지를 보고 지금쯤은 대략 어떤 내용을 읽고 있을지 내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자세를 바로 하고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보았을 때, 집중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내 마음속에서 약간의 흥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열심히 공들여 만든 작품이나 요리를 누구에게 처음 선보일 때의 그 심정...... 그리고 평가를 기다리는 그 마음에 눈으로는 책을 보고 있지만 내용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1시간쯤 지났을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글을 다 읽은 아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거실로 나왔다. 얘기가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고 했다. 그 모습에 나는 묘한 흥분이 일어났고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것이 평상시보다 조금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아내가 나를 가만히 안더니 “왜 이렇게 슬프게 썼어.”라고 말을 했을 때 나는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혹시나 재미없을까 봐, 지루할까 봐, 처음에 썼던 글보다 못할까 봐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녀의 반응을 보니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면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재미는 있었어?”라는 나의 질문에 아내는 “슬프지만 재미있게 읽었어.”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재미있게 읽어서,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누가 쓴 건데, 당연히 재미가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나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다.
내가 글을 읽은 지 1시간이 넘게 지났다고 하자 그녀는 정말?이라고 하면서 그 정도로 시간이 지나간 줄 몰랐다고 했다.
아내는 첫 번째보다 좋았다는 평을 했다. 첫 번째 글은 너무 잔잔하기만 했는데 두 번째 글은 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고 애잔하기도 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는 아내의 말에 순간 나의 얼굴에 어렸던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 한 곳에서 다행이라는 감정과 함께 만족스러운 느낌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재미있게 잘 읽었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재미있지 않다면 그 누가 재미있게 읽겠는가.
나중에 드는 생각이 아내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는 혹시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였을까. 내가 혹시 너무 나간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살짝 감동을 받은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의 세 번째 단편소설이 기대가 된다고 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쓸지 모르겠지만 아내가 읽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고 때때로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면서 오래도록은 아니더라도 잠깐이나마 여운이 남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첫 번째 독자인 그녀가 있어 나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커서가 깜빡거리는 하얀 여백에 한 자 한 자 글을 채워간다.
커서가 움직일 때마다 하얀 여백이 점점 줄어들고 그곳에 글자가 채워질수록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나는 그녀를 상상의 세계 속으로 안내를 할 것이다. 우리 둘은 함께 손을 잡고 그 상상의 세계를 들여다볼 것이다.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자기야...... 따~라~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