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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ul 28. 2023

잘 생기셨어요

제가 다니던 미용실이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이 한다고 한 달 반 정도 잠시 문을 닫는다는 안내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머리카락이 자라 한쪽 눈을 가려서 더는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군데를 검색한 끝에 어느 정도 평이 좋다고 하는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이발을 하러 갔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미용실 내부를 보니 첫인상은 괜찮았습니다.

미용실에 가서 대부분 어떻게 머리를 해드릴까요? 물었을 때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해도 그대로 머리를 해주는 경우가 드물더군요.

저랑 잘 맞는 헤어디자이너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전체적으로 다듬어 주세요.”  

   

제가 새로 방문한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는 다른 질문 없이 곧바로 제 머리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 후 커트를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커트를 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라거나 여름이니 짧게 잘라 드릴까요? 아니면 지금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조금씩만 잘라 드릴까요? 라거나 다른 질문 몇 가지를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불안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예약 현황도 그렇고 옆에서 염색을 하고 있는 남자분도 있고 해서 일단 믿음을 가지고 헤어디자이너에게 제 두발정리를 맡겼습니다.

그분의 손놀림에 따라 잘라진 제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저는 평소대로 눈을 살짝 감았습니다.


‘살짝만 다듬어 달라고 말했어야 했나?’

‘평상시 가던 미용실이 아니니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할 걸 그랬나?’

‘옆머리는 뜨는 편이니 위로 올려치지 말라고 지금이라도 말해야 하나?’  

   

저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오는 미용실이니 만큼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를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두발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20여 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헤어디자이너가 스펀지를 이용하여 이마와 목에 묻은 제 머리카락을 털어주면서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잘 생기셨어요.”     


그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내와 엄마 이외에 나에게 이런 칭찬의 말을 해주던 사람이 있었던가?

왜 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 거지? 이게 이리 오래 생각할 일인가?     


“아... 감사합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뭔가 색다른 대답을 했거나 센스 있는 말을 했을 텐데 갑작스러운 말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그저 감사하다는 대답 외에 다른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샴푸를 해드릴 테니 이쪽으로 오세요.”

저는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를 감겨주는 동안에도 조금은 얼떨떨했습니다. 아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작가, 너 아직 죽지 않았구나.’     


자리로 돌아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는데 비로소 제 헤어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전체적으로 다듬어 달라고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옆머리를 올려서 쳤고, 흠...

아무튼 결론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30분 전보다 깔끔해진 것 빼고는.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이 어쩌면 미리 선수를 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생기셨다고 하는 그 말이 사실 손님 접대용 멘트가 아니었을까.

본인이 커트를 한 손님은 다 잘 생겨 보이는...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서 커트를 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전에 다니던 미용실로 갈 것 같습니다. 그곳의 커트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만 그래도 제 마음에 드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머리카락 그거 금방 길 텐데 대충 자르지 뭐.'라고 생각하던 자신만만했던 시절은 이제 저 멀리 사라졌거든요. 그때 머리숱도 같이 따라갔나 봅니다.     


미용실에 다녀온 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준다고 해도 잘 생겼다고는...

괜찮다면 훈훈한 남자 정도로 일명 훈남으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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