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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Oct 27. 2023

나만의 작은 도서관

나는 의자에 앉아 나만의 작은 도서관을 바라본다. 나만의 작은 도서관은 바로 서재에 있는 나의 책장이다.

나는 책을 사는데 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빌려서 읽기보다는 사서 읽으려고 한다. 언제든 내가 원하기만 하면 바로 꺼내어 읽을 수 있게.     


서재의 책장에 있는 책들은 나름 내가 선별한 책들이다. 적어도 한 번만 읽고서 치울 책들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책들이 내 기분이 내키는 대로 꽂혀있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가로로, 어떤 책들은 세로로 꽂혀있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무조건 서점에 가서 책을 샀었다. 서점 특유의 분위기가 좋기도 했지만 책은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고 표지의 디자인을 보고 책 내용을 대략 훑어보고 사야 마음에 드는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책이라고 해도 내가 훑어봐서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는 구매를 하지 않았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살펴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날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구입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집까지 책을 들고 가느라 약간의 고생 아닌 고생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서점에 가는 일이 없어졌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때를 돌이켜보면 잔뜩 겁을 집어 먹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서점에 가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때부터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서점에 가서 고른 책이 아니다 보니(물론 서점에 가서 내가 직접 고른 책 중에서도 실패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내가 기대한 내용이 아닌 책도 사게 되었다.

그런 책들은 한번 읽고서 바로 다른 책장으로 보내졌다.   

  

나만의 작은 도서관인 서재의 책장에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책들은 나중에라도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거나 이미 여러 번 읽은 책들이다.     


최근 들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 책을 구입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기존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꺼내어 읽는다.     


어떤 책은 분명 전에 내가 읽었던 책인데 뭔가 낯설다. 내가 놓치고 지나간 부분들이 있기도 했고 맞아, 이런 내용이었지, 하고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가끔은 전에 한번 읽었던 책이 아닌 새 책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최근 들어 다시 읽었던 책들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그리스인 조르바, 요노스케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구해줘, 우리 집 문제, 여자 없는 남자들, 버지스 형제, 키친, 노르웨이의 숲, 앵무새 죽이기, 스무 살 도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엇이든 가능하다, 죽는 게 뭐라고, 죄의 궤적, 퍼레이드, 밤에 우리 영혼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사는 게 뭐라고,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가재가 노래하는 곳...     


당분간은 나만의 작은 도서관에서 내키는 대로 책을 꺼내 읽으려고 한다.

전에는 읽으려고 사놓은 책이 줄어들면 마음이 급해지고는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넉넉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 책장에 슬쩍슬쩍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늘 한가하기만 한 나만의 작은 도서관에 손님이 왔다.

바로 아내다.

아내가 칸칸이 들어찬 책들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한 작가의 책들을 모아놓은 칸 앞에 서서 책 제목을 눈으로 읽어간다.

그녀가 어떤 책을 고를지...

어떤 책을 고르건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이곳은 나만의 작은 도서관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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