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옛날 어른들이 하던 말씀들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다 이유가 있는 말씀이었구나, 를 느끼고는 한다.
내가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라는 말이 있다.
아마 이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 들었던 말이리라. 그만큼 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어릴 때는 이 말의 중요한 의미를 몰랐다. 왜 저런 말을 하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라니 도대체 왜 저런 얘기를 중요한 얘기인 양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먹고 싶은데 없어서 못 먹고 더 자고 싶은데 깨워서 아쉽고(자라고 가만히 놔두면 하루 종일도 잘 수도 있을 터인데) 똥이야 매일매일 알아서 잘 나오고 있고만.
세월이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으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저 말속에는 건강, 걱정, 근심, 평안, 행복 등 현재 상황에 대한 안부가 다 들어있었다. 그냥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살면서 잘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건강에 작은 적신호가 생기거나 조그마한 근심 걱정이 생겨도 대번 입맛을 잃는다.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고,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먹어도 살로 가지 않고, 먹어도...
잘 먹는다는 것은 즉 입맛이 살아 있다는 것은 현재의 건강척도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입맛이 없어져 봐야 입맛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된다. 그러니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많이 먹어 두시길...
잠은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잠을 잔다는 사람, 한번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깨지 않는다는 사람, 옆에서 코를 골아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잠이 드는 사람, 잠자리가 바뀌건 어쩌건 숙면을 취하는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
위와 같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어림짐작을 해도 꽤 많으리라. 일단 나부터 너무 부럽다. 예민한 나에게는 아무 데서나 쿨쿨 잘 자는 사람이 참 많이도 부럽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잔다는 사람이 있다. 그 말에 나는 정말? 잠이 와? 하는 생각을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는 잠을 잘 못 잔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뒤섞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잠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웬 잠이 그렇게 많냐며 해가 중천인데 아직까지 자냐며 엄마한테 많이도 혼났다. 어릴 때여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고 자고 일어나도 졸리고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어려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이 잠을 많이 잔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시기를. 우리들도 다 예전에 그랬다는 것을 떠올리시기를.
잘 싸는 것의 중요성은 잘 싸지 못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잘 싸는 것이 왜 중요하고 먹는 것만큼 배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겪게 되는 다양한 불편한 요소들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겪어 본 사람은 안다. 때로는 잘 싸지 못하는 이유로 먹는 것 마저 불편해져서 일부러 잘 먹지 않으려고까지 한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들어가는 게 있으면 나오는 게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양은 많은데 나오는 것은 거의 없거나 쥐똥만큼 적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즉 똥으로 배출이 되어야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묽게 나오건 수분기가 없이 너무 되게 굳어서 나오건 다 문제다.
가래떡처럼 한 번에 쑤욱하고...
그러니 오늘 변을 잘 보았다면 기뻐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것임을 아시기를.
옛날 어른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의 중요성을 왜 강조하셨는지 이제는 이해가 간다. 앞으로는 안부 인사를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아랫사람이라면
“잘 지내니?” 대신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다니니?”
나와 같은 연배거나 친구라면
“잘 지내지?” 대신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있는가?”
나보다 선배거나 웃어른이라면 잘 싼다는 표현은 조금 그러니
“잘 지내고 계십니까?” 대신에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변은 잘 보십니까?”
라고 말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202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