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작가 JaJaKa Mar 30. 2022

길바닥에 넘어져 나동그라진 사연

그런 날이 있다. 평상시에는 잘 그러지 않다가 이상하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날, 그런 찰나의 순간에 일은 일어난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길을 걷던 주말 오후 나는 어디선가, 내가 느끼기에는 분명히 내 호주머니에서 들린 것 같은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소리에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평상시에는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잘 사용하지 않던 내가 그날따라 이상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서 화면을 확인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아무것도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시계를 보니 12시 24분이었다.

그때 내 옆에서 “자기야”라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잠시 동안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길바닥에 널브러진 채 잠시 멍하게 있던 나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내는 옆에서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본 사람이 없는지 재빨리 확인하고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픈 것보다는 창피함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벗어나고 나자 비로소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다. 일단 손바닥이 얼얼하면서 벌겋게 변했고 양 무릎이 따끔거리고 쓰라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바지를 걷어 올려보니 양 무릎이 까져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더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이런 우이씨, 하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그 잠깐 사이에 보도블록의 턱에 오른발이 걸리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는 아내의 얘기를 들었다.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게 된다고 했던가?

왜 갑자기 그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들린 것 같은 착각을 했으며 왜 그 타이밍에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고 그때 마침 보도블록의 턱이 튀어나온 길을 지나치고 있었는지......

우연이었을까?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내가 넘어지기 직전에 아내는 왠지 내가 턱에 걸려서 넘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똑바로 앞을 보고 가, 라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내가 그냥 턱에 걸려 고꾸라졌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조금 더 빨리 얘기를 해 주던가.     

 

사실 평상시에는 가끔씩 턱에 발이 걸려도 잠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고는 했는데 그날은 그게 되지 않았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무릎에 마데카솔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마데카솔을 바를 때 쓰라렸는지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무릎 주위에 멍이 든 것이 생각보다 세게 무릎을 찧었나 보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게 느껴졌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다는 것 밖에 달리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녁나절에 넘어지면서 옆구리 근육이 놀랐는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고 깨진 무르팍이 아프고 쓰리다고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를 보며 아내가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는 많이 다쳤을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은 왜 이리 웃긴지 모르겠어.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지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긴 거야. 얼마나 창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허겁지겁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는 자기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무 웃겼던 것 같아.”  

   

나는 아내의 말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씰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기냐? 나는 아프고 쓰라려 죽겠는데?’

그나저나 깨진 양쪽 무르팍을 보며 며칠 고생하겠네, 라는 생각에 짜증이 묻어나는 손길로 뒷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여기서 갑자기 드는 생각.

오늘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글을 쓸 소재를 주기 위해서였던 것은 아닌가?

너무 나갔나?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 들렸다 가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