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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왕자

by 자작가 JaJaKa

그는 과일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는 나중에 크면 냉장고 한 칸에다가 색색의 과일을 잔뜩 쌓아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열어서 꺼내먹을 것을 소원으로 간직했습니다.

그 당시는 다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자식이 많은 그의 부모님도 예외가 아니어서 과일을 사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혹 과일을 사더라도 각각의 자식들에게 돌아가는 양은 맛만 보는 정도일 수밖에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감질 맛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배불리 과일을 먹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일 뿐, 과일을 맛보기가 참으로 힘들 때였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에 가을이 오면 뒷동산에 있는 감나무에서 아직 익지 않은 땡감을 따다가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에 두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면 감이 조금씩 익어갔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보는 주황빛 감은 그대로 입안에서 녹고는 했습니다.

때로는 가족 중의 누군가가 그의 감을 몰래 먹어버려서 울고불고하며 방바닥에 들어 누워 온 방안을 헤집고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 기억나는 또 하나의 과일은 앵두입니다.

길 건너편 집 담장 밖으로 뻗어 나온 앵두나무에 열린 앵두는 참을 수 없는 유혹과도 같았습니다.

그는 막내 누나와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담벼락을 기어올라 몰래 앵두를 따서 먹고는 했습니다.

그때 맛 본 앵두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한 손 가득 딴 앵두를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놓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던 그 맛은 정말이지 잊히지가 않을 맛이었습니다. 그 후에 앵두를 여러 차례 맛보았지만 옛날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과일에 목말라하던 어린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과일을 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값이 비싼 과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선뜻 사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풍족하게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동남아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동남아에 가면 열대 과일을 아주 싼 값에 양껏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고, 파파야, 잭 프루트 등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수많은 열대과일이 그의 앞에 손을 내밀며 그를 유혹합니다.

그는 여행을 가면 아침부터 과일을 찾고는 합니다.

과일 왕자, 어쩌면 그를 이렇게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냉장고에는 그가 어릴 적 꿈꿨던 형형색색의 과일은 아니어도 몇 가지 종류의 과일이 들어 있습니다.

그는 냉장고 속의 과일을 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달콤한 향내가 그의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


그의 다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냉장고에 가득 과일을 채우고 원할 때마다 꺼내 먹고자 했던 꿈은 이루었습니다.

하나라도 꿈을 이룬 것이 어디냐고 생각한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가 손을 뻗어 냉장고 문을 엽니다.

어떤 과일을 꺼내 먹으려고 하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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