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카라에요
칼라라고 부르기도 하죠
어느 순간 그런 이름으로 절 부르더군요
저는 결혼식 부케에 많이 쓰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꽃이에요
한 쌍의 남녀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
그 순간을 축복하기 위해 저는 아주 예쁘게 단장을 하고
신부의 손에 들려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아요
길일이면 저는 더욱 바빠요
이 결혼식 저 결혼식에 저를 모셔가기 위해 분주해요
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요
때로는 집 안을 화사하게 꾸미기 위해 절 꽃병에다가 몇 송이 꽂아 두기도 해요
몇 송이만으로도 집 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제 앞에서 아름다움의 끝판왕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어요
제 자랑이기는 하지만 제가 조금 아름답거든요
제 이름을 듣고 혹시 걸 그룹 아니야?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분들은 대부분 아재 분들이었어요
본인이 아재인지 아닌지 궁금하시다면 카라라는 이름을 듣고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시는지 그걸 살펴보시면 돼요
역시 걸그룹이라고요?
그럼 당신은 아재입니다
어쩌면 이제 막 아재의 길로 접어든 분일 수도 있겠네요
저의 꽃말은 순수, 열정, 순결, 천년의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를 할 수가 없답니다
저는요,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저는 고귀하고 단아하며 청초하고 청순하면서도 순백색의 순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순수 하나는 겹치네요
그러니 앞으로 제 꽃말은 이렇게 바꾸어 주셔요
카라 꽃인 저한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꽃말을 짓지 말라고요
저는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있어요
흰색, 노란색, 보라색, 와인색...
어떤 색깔을 선택하시든 아주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저 하나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아내나 여자 친구 등 여자분한테 꽃을 선물할 생각이 있으시면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를 추천합니다
열이면 열 다 좋아한답니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요
이 글을 쓰는 자작가라는 양반은 예전에 백합을 좋아했다지요
백합에게서 귀족 같은 고상함과 우아하면서 기품이 느껴진다고 했다지요
그런 그도 지금은 제 매력에 흠뻑 빠졌을 겁니다
아니 빠져들 겁니다
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고 다시 찾지 않는 사람은 없거든요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고요?
저를 아직 보지 못하셔서 그러시는 거예요
저를 보면 빠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거랍니다
저는 카라거든요
기억하세요
카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