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이라는 말에 금방 기분이 좋은 얼굴로 돌아서는 당신.
어떤 음식이건 상관없다는 듯 당신은 들뜬 얼굴로 나를 쳐다봐.
정확히 말하면 외식이라는 말을 내뱉은 내 입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그저 기분전환 삼아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얘기를 꺼내려다가 진지하게 고심하는 당신의 눈빛에 그 뒤에 일어날 일이 두려워 나는 입을 다물어.
날씨가 더우니 냉면을 먹을까?
바람이 부니 국물 요리를 먹을까?
이번 주 버거킹 와퍼 1+1 프로모션 한다는데 햄버거에 감자튀김 먹을래?
살짝 눈치를 보며... 기어이 하고 싶었던 그 말을 꺼내는 당신.
간만에 고기 먹으러 갈까?
나도 외식을 좋아하지만 당신의 외식 사랑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저 당신의 생각이 정리되기를 바라며 서 있지.
집 밥만 먹으면 질린다는 당신의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것을 보며 어제도 며칠 전에도 외식했다는 것을 나는 말하지 못한 채 그저 미소를 지어.
이왕 외식하러 나간 김에 스타벅스에서 커피까지 한잔 하면 더 좋겠다는 말에 나는 커피까지?라고 얘기했다가
당신의 표정을 보며 그러지, 뭐,라고 대답을 해.
데이트할 때의 기분을 느껴보겠다는 데에 어떻게 다른 말을 하겠어.
먹고 싶은 건 많고 위장은 한계가 있고 다이어트는 해야 하는데... 다음 주에는 꼭, 이번 연휴만 끝나면, 내일부터는 무조건, 이라는 말과 함께 또 미루어지는 것을 당연한 듯 바라보는 나와 당신.
점점 늘어나는 뱃살은 모두 갱년기 때문이라는 당신의 말.
그럼 이제 정점을 찍은 것이니 살이 빠지는 일만 남았다는 내 말에 그리 좋아하는 반응을 보일 줄은.
이봐, 갱년기 영향도 있겠지만 많이 먹어서 그래.
예전에 언제쯤이지? 삼겹살 먹으러 갔을 때 기억 나?
계산할 때 주인이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보고 그랬잖아. 세 명이서 오신 것 아니냐고.
당신은 왜 잊고 있었던 얘기를 꺼내냐며 나에게 찡그린 표정을 지어.
고기 양이 적어서 그런 걸 어떡하라고.
당신은 갑자기 흥분 모드로 돌변하고는 물가가 너무 비싸졌다는 얘기를 꺼내.
불편한 화제를 돌릴 줄 아는 당신.
당신의 흥분은 다음에 이어지는 나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잠잠해지지.
그래, 인생 뭐 있어?
우리 둘이 알콩달콩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사는 거지.
살이 좀 찌면 어때.
조금 더 많이 걸으면 되지.
그래, 외식하자.
고기? 좋아, 고기 먹으러 가자.
후식으로 커피와 달달한 조각 케이크?
좋아, 그러자고.
외식은 필수조건이니깐.
아니 자기를 웃게 만드는 단어니깐.
아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고 하니까.
자, 가자고.
줄 서서 기다리지 않으려면 지금 가야 해.
당신이 걸어가면서 미소 띤 얼굴로 슬며시 내 손을 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