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Oct 12. 2019

외출준비와 슈퍼맨

시즌6-006




1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취소가 되었다. 다시 잡았는데 또 취소되었다.

지인의 업무가 너무 고돼서 쉬는 날에 좀처럼 일어나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늘 시간이 없고 잠이 고픈 상태로 보였고 나도 마침 밤을 새워서 다음날의 약속이 부담스러운 터라 마지막의 약속은 서로 합의하에 무마하고 각자 쉬기로 했다.

지인을 만나기 싫은 건 전혀 아닌데, 약속 취소로 하루의 시간이 통으로 확보가 되자, 마음이 되게 편하고 여유로워졌다.





2


안 나가도 되니까, 화장을 안 해도 되고, 가방 챙길 필요도 없고, 약속 장소까지 나갈 소요시간 계산을 안 해도 되고, 뭐 입고 나갈지 옷을 꺼내 놓지 않아도 되고....


한번 외출하기까지 의외로 신경 쓸게 되게 많다.

어릴 때에는 가방에 지갑, 폰, 립틴트 정도면 됐는데 이제는 그것에 물병, 휴지, 거울, 파우치, 전자책 등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더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

가방 자체도 작은 걸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는 중간 크기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로 변모했다.


가방 하나 챙기는 게 그렇다.

화장과 옷 선택에 대해 쓰자면 그것도 할 말이 꽤 있다.


화장 같은 경우 입술에 틴트를 바를지 글로우즈를 바를지 립스틱을 바를지도 고민된다.

내 립스틱은 잘 지워지지 않아서 좋지만 매트한 느낌이 강한 나머지 건조하게 여겨진다. 

그렇다고 립글로우즈를 바르자니 컵에 묻어나고, 틴트를 바르자니 색상이 너무 쨍하고....

날이 좋으면 틴트, 입술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글로우즈, 땀이 많이 나는 날엔 립스틱, 하지만 너무 건조하면 글로우즈를 덧바르고 입술 표피 상태가 거칠면 글로우즈부터 바르고 그 위에 립스틱을 덧바르는.... 이런 식으로 상황을 봐가며 결정해야 한다.

립화장 하나만으로도 백팔 번뇌가 가능하다. 립화장품이 몇 개 안되어서 나는 백팔번뇌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것 같다. 화장품 개수가 1개 늘 때마다 배수가 아닌 제곱수로 번뇌가 확장된달까.


립화장 하나만으로도 번뇌에 시달리는데, 여기에 옷과 액세서리까지 결정하려면 으으.... 결정도 어렵고 치장하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으으..




3


지인과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건 좋아한다. 근데 외출하려고 챙기고 꾸미고 준비하는 그 과정이 피곤하다.

한 번에 환복하고, 헤어도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얼굴도 예뻐져버리는 기술의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들의 슈퍼맨.

그의 초능력 따위는 관심 없다. 

순식간에 그 입기 힘든 쫄쫄이로 갈아입고, 1시간은 매만졌을법한 머리를 단순간에 만들어내면서도, 엄청 무거운 걸 들어서 피가 몰려도 얼굴색 하나 안 바뀌는 매끈한 피부 메이크업 기술....

그에게 로열티를 주고서라도 꽃단장 기술을 배워와야 한다.

시간효율성의 혁명이며 헤어. 메이크업계의 변혁이 도래하게 되리니.... 

우선 누가 제발 슈퍼맨을 찾아내주길~





-------------------------------------------------




초인이란 필요한 일을 견디어 나아갈 뿐 아니라 

그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니체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한 이야기 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