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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08. 2020

쇼핑 혹은 독서

시즌6-047






1


미술 용품을 몇 가지를 구입했다.

그중에는 4가지 색상의 형광 색연필도 있었다.

그것들은 미술을 위한 것이기보다 독서를 위한 것이었다.




2


책에 마킹을 할 때 형광펜으로 칠하면 잘 보이고 좋긴 한데 뒷면에 배어 나와서 좀 지저분할 때가 있다.

누군가가 그러한 불편함 때문에 색연필로 마킹을 한다고 하더라.

그 소리를 듣고 번쩍 정신이 났다.

나도 형광펜의 뒷면 배어 나옴에 대해 불편하다고 여겼었지만 다른 뭔가로 대체해볼 생각은 안 했었다. 

게다가 책은 되도록 깨끗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형광펜 마킹을 꺼려 하기도 했다.




3


그러나 이제, 몇 가지 요인으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서 책이란 책은 잡아먹듯 읽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정없이 표시를 해가며, 접착 메모지 붙여가며 악착같이 읽겠다고 다짐하던 차였다.

그런 입장에서, 세트로 가지고 있는 색연필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사용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형광 색연필을 찾아 헤맸다.




4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은 책을 읽는 것, 고르는 것, 책장에 책을 꽂아두는 것 등, 독서와 관련된 행위 모두가 독서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내가 좀 와전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책에 사용할 색연필을 쇼핑하는 것도 독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형광 연필은 1가지 색상이면 충분했을 테지만 4가지 색상을 구입했다. 

나는 4배로 독서를 준비했고, 4배 더 꼼꼼하게 책을 읽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 쇼핑이란... 아니 아니 독서란 참 즐겁구나....

(역시 와전인가?)




5


근데 막상 전자책을 읽고 있어서 형광 색연필을 사용해볼 기회가 얼마 없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건만... 

어쩌면 이거 순전히 물욕에서 기인된 구매가 아니었나 싶다.




6


여하튼 색연필들은 종이책 읽을 때도 사용하고, 문제집 풀 때도 사용하고, 그림 그릴 때도 사용하고.... 정 쓸 데가 없으면...

음... 등 긁을 때 사용하지, 뭐.




7


쇼핑이자 독서인 구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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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보다 나을 바 없다.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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