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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Nov 21. 2020

김장 이야기

시즌6-062





1


김장을 했다.

어머니의 지시하에 아버지, 오빠, 나는 바삐 움직였다.




2


보통 '김장'하면 둘러앉아 배추에 소를 넣은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방송에서 오손도손 앉아서 소를 넣으며 김장하는 모습은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췌한 것이라 봐야 한다.


실제 김장에서는 그 이외의 일들이 더 고되다.

무를 채 써는 건 팔이 힘들다.

갓, 파, 풀, 고춧가루 등등을 넣고 양념을 섞어주는 것은 허리가 아프다.

소를 넣어 완성한 김치를 통에 넣은 다음 옮기는 것은 힘이 꽤 들어서 어깨도 허리에도 무리가 온다.



아버지, 오빠, 나 모두 그 일들을 열심히 했고 그 과정에서 펼 때마다 뻣뻣해진 허리가 괴로워 '아이고..'소리를 절로 외쳤다.

그렇게 셋이 '허리 아프네.' 하며 신음할 때 유일하게 어머니만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하셨다. 어머니가 가장 많이 일하시는 데 말이다.




3


아버지와 오빠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며 농담을 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어머니는 강하셨다.

피곤해서 움직이기도 힘드실 텐데 기어이 수육까지 삶아서 막걸리를 내놓아 식구들을 먹이시고 그 후에도 소소한 일들을 챙기시고 나서야 멈추셨다.


그제야 어머니에게 피로감이 몰려왔나 보다. 내가 잠깐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어깨와 날갯죽지가 뭉쳤다고 괴로워하시며 침대에 누워계셨다. 웬만해선 그런 걸 청하시는 분이 아닌데 이날 내게 안마를 해달라고 하셨다.

고되긴 고되셨나 보다.



4


그날 밤, 나도 골골 앓았다.

가슴이 뭔가 얹힌 듯 거북스러웠고 머리도 띵하니 어지러웠다.

김장, 그게 뭐라고 몸살이 오나?

김장은 그냥 '김, 장'이 아니라, '김장 노동'이라 불러야 올바를 듯.




5


어쨌든 부모님, 오빠, 나 가운데 가장 건강한 사람은 오빠 같다.

부모님은 건강한 편이시지만 아무래도 많이 사용한 몸이어서 젊은 사람 같지는 않으셨고 나는 오빠보다 젊지만 고질적인 운동 부족으로 골골한다. 오빠는 꾸준히 운동하며 자기관리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김장을 끝내고 지치지도 않는지 친구 만나러 간다고 나갔다. 어머니 아버지 나는 뻗어서 쉬었는데 말이다.

나는 옷 갈아입고 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체력, 저 젊음... 좋을 때다."


말하고 나서 이내 깜짝 놀랐다. 내가 더 젊은데....




6


올해 김장 노동에서 힘이 달린 나머지 통 옮기는데 애를 먹었다.

내년에는 김치통 하나쯤은 거뜬히 들 수 있도록 체력을 향상시켜야겠다.

아무튼 져니네 '김장'은 잘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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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란 김치 담글 때나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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