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May 08. 2021

자잘한 이야기 25

시즌6-086




1


벼르던 수채화를 드디어 손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단 본격적으로 그리기에 앞서 시험해보는 차원에서 그려보고 있다.

스케치를 대략 하고  1/3 정도 칠을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보면, 종이가 달라졌고 거기에 붓도 일반 붓이 아닌 물붓을 사용했던 게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물붓은 야외에서 그릴 때 필요할 것 같아서 구입했었다. 

나갈 일은 없고, 일단 붓도 길을 들여야 하므로 사용해봤던 것인데 원하는 칠 자국이 생기지 않아서 실망하고 있다.

붓만의 문제인지 종이도 한몫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칠하는 것을 우선 멈추었다.

종이도 붓도 얼마간 더 사용해봐야겠다.




2


어렸을 때는 왜 어른들은 술이 맛있다고 할까 의아했었다.

드라마에선 괴로운 일이 있으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늘 나왔다. 

그런 걸 봐선 술은 고민이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자학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셔서 와인이나 위스키 선물이 가끔 들어왔었는데 그걸 볼 때마다 저 독한 술을 아버지가 마시게 되는 날이 안 오기를, 아버지에게 괴로운 일이 없기를 기도했었다.


어느덧 어른이 된 나는 맥주 맛, 막걸리 맛에 눈을 떴다. 

집에 있으면서 아버지와 한잔 두 잔 술을 나눠 마시며 살짝쿵의 취기와 탄산 섞인 특유의 알코올 맛이 매력 있음을 알았다.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에게 술'따위'를 선물하는 '나쁜'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다.


그랬던 내가 이번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술 선물을 할 생각이다.




3


밤 막걸리와 땅콩 막걸리, 사과 와인을 주문했다.

사실 내가 궁금해서 구입하는 것이기도 하고 기왕 아버지도 술맛을 즐기시고 싶다면 다양한 주종을 마셔보시는 게 색달라서 재미있지 않으실까?

어머니는 술이 배달될 것이라는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시며 왜 그런 걸 샀느냐고 뭐라 하셨다.

(맥주 한 캔을 마셔도 몸에 안 좋다고 걱정하시는 분이라 그렇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사들이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결국에는 어머니의 이해를 얻어냈고 이제 5월 8일 어버이날에 도착할 술들을 기다린다.

물론 어머니 몫으로도 선물을 구입했다. 그래서 누가,



4


아, 져니의 부모님은 참 좋겠다. 

아버지 어머니를 사랑하고 끔찍하게 애정을 갖는 딸이라니.

마음도 예쁘고 예의도 바르고, 참 좋겠어, 져니 부모님은.

저런 딸이 있으면 집이 흥할 수밖에 없어, 딸이 복댕이지, 암.




5


....이라고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누가 좀 소문 내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한 이야기 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