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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Feb 11. 2023

자잘스토리 7 - 063 - 가택 수사






1


2월이 시작하자, 내가 웹 쇼핑을 시작했다.

사야 할 물품들을 신중하게 구입하겠다는 명목으로,

한 번에 몽땅 주문하지 않고 1일부터 순차적으로 필요한 품목을

주문했다. 2일에도, 3일에도 결제를 하고..

아버지는 매일매일 줄줄이 도착하는 택배를 보고 아무 말씀 안 하셨다.

근데 나는 왜 떨리지?

사실 1,2,3일에 주문했으나 모든 물품이 당일 배송은 아닌지라

4일, 6일에 그제야 마구 도착하는데 내가 봐도, 

뭔가 엄청 '사대고'있는 것 처럼 보이겠더라.




2


머리를 감다가 린스를 다 써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뭐 린스 펌프 뚜껑을 열고 물을 흘러 넣은 다음 '열라게' 흔들어

당장 필요한 린스는 확보하여 잘 사용했으나, 당장 내일 급하게 필요한 게 린스였다.

어쩌겠는가, 트리트먼트 2개를 구입했다.

예전에는 린스나 트리트먼트가 800ml 용량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새 1000ml 용량이 대부분이더라.

매일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용량이 커진 것이 아니겠나 싶다.

아무튼 정말 마지막으로 주문한 물품 택배가 도착했다.

그걸 집어 들어 가져오는 모습을 목격당했다, 아버지께.

도둑 제발 저린다고, 뭘 많이 사긴 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외치고 봤다.


"린스예요, 린스. 린스라고요. 아부지, 이건 인정해 주셔야죠."


아버지는 별 말씀 안 하시고 그냥 지나가셨는데 그날 저녁,


-가택 수사 영장

 발부 : 우리 집 법원.-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쨌든 저런 류의 글을 쓰신 메모지를 들고

내방에 오셔서 들이밀고는 정말 뭘 발견하고야 말겠다는 손길로,

책장과 책상 주변의 책을 들썩들썩 들추셨다.

잠시 어이없다가 이내 아버지의 장난을 이해하고 한참 웃었다.


나중에 어머니의 전언으로는 내방으로 가기 전에

아버지가 메모지에 영장이니 뭐니를 쓰면서 '혼자서 키득키득 웃더라.'라고 하셨다.




3


소비도 절약도 알아서 하라고 놔두시는 분위기이다.

그걸 아니까 소비할 때 긴장하게 된다.

'알뜰 져니'로 거듭나고 말겠나이다.

자, 건강한 소비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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