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epi3. 나의 소원

by Jakin

나의 꽤나 오래된 소원이 있다.

나의 성씨를 바꾸는 것,

엄마는 나에게 발견되는 것에 대해 나의 성씨를 운운하고는 했다.

"네가 홍 씨라서 그래",

그리고 그것은 모든 나의 문제의 답이 되어버린 듯했다.

조금이라도 내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거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의 모습이 나에게서 보이면,

'이놈의 홍 씨 피, 질기고도 진하다'라고 생각하곤 했다.


아빠의 피가 나에게는 흐르지 않기를,

내가 성씨를 바꾸면, 혹시라도 달라질까 싶었던 거 같다.

하지만, 피는 정말 진하고고 질겼다.

내가 항상 발견해 왔던, 아빠의 별로인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빠가 그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아빠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혼란도 찾아왔다.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하니, 나도 그렇게 되어가기 때문에 이해하게 되는 것인가 하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아빠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내가 아빠를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하지는 못했다.

아빠에게 위로도, 위안도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가를 좋아했다.

외할아버지를 진할아버지보다 좋아했고,

일찍이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아직까지 살아계시는 친할머니보다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외할아버지의 성씨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외할아버지랑 엄마를 닮은 점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고는 했다.

'이예은', 듣기만 해도 이상하다.

평생을 "홍예은"이라 불리며, 쓰며 살아왔기에

'이예은'은 내 이름이 될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항상 홍 씨의 피가 말썽을 부리면, 홍 씨를 협박하고는 한다.

"나 이 씨로 바꾼다"

이 씨(욕) 나는 어차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그냥 괜히 심통을 내본다.

내가 지금까지 내려왔던 홍 씨의 저주(?)를 끊어내겠노라.

나의 자식들은 어차피 홍 씨가 아닐 테지만, 그래도 나에게서 끊어내겠노라 다짐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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