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출 때마다 웃음을 짓습니다. 카카오 스토리에 국립공원과야생화 꽃 사진들 건네는 웃음은 꽃 생김같은 웃음을 상상합니다. 사진이지만 자주 들여다봅니다. 풀이나 꽃을 좋아해서 꽃들과 눈 맞춤을 많이 하면서 지냅니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저만의 비법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아주 오래전에 책냠냠이들과 했던 나뭇잎을 찾아다녔던 수업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책냠냠이들을 데리고 동네도 뱅뱅 돌고, 근처의 공원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안에도 구석구석 다니면서 바람을 벗 삼아, 풀꽃과 들꽃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눈여겨보면 의외로 풀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책에서 알게 된 풀들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무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흔하디 흔한 잡초를 대충 밟기도 해서 제가 한마디 건넸습니다.
"준*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네 이름을 모른다고 너를 툭! 치거나 발로 차고 가면 넌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완전 화나죠. 저도 똑같이 해줄 거예요. 그 사람한테~"
"네가 잡초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잖아. 싸잡아 잡초라고 부르고 아무 생명이 없다는 듯이 네가 짓밟았지만, 사실 그 잡초의 이름을 네가 모르고 있을 뿐, 잡초도 저마다 이름이 있거든요. 네 이름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 해도 네가 준* 의 이름이 있듯이 말이야. 그러니 오늘은 잡초를 함부로 밟지 말고 나무도 저마다의 이름을 불러줘 보자! 그러면 나무들은 너희를 시인으로 만들어 줄 거야" 그랬더니 준*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계면쩍게 털었습니다.
책냠냠이들은 바랭이를 우산처럼 머리 위에 씌워 보면서 호호호 웃어댔습니다. 그리고 강아지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강아지라도 되는 듯이 혀를 굴리며 불러보았습니다. 왈왈왈왈. 그러자 웃음들을 퐁퐁 쏟아냈습니다. 풀잎을 모으는 책냠냠이들 미소는 정말로 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나무들에게도 농담 섞인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탁본을 할 잎들과 면손수건에 프린팅을 할 잎들을 수집하면서 거닐었습니다. 그런데 노랗게 앙증맞은 애기똥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밟을수록 튼튼해진다는 질경이를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덥석 한 잎 따서 채집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질경이의 또 다른 이름이 길장군이라고 말해주었더니 책냠냠이들은 이름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며 ‘맞아 맞아’ 장단을 맞췄습니다. 흔한 민들레 잎들이 채집책 밖으로 삐죽이 나와서 책냠냠이들 얘기에 쫑긋 대는 것 같았습니다.
아파트 일층 앞에는 울타리용으로 사철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회양목이 놀이터 주변에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나뭇잎들은 햇볕이 없으면 없는 데로 불만 없이 잘 자라는 나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란 민들레 잎사귀들도 한껏 모았습니다. 나중에 손수건에 초록물을 들이기 위해서 책냠냠이들에게 여린 잎사귀들을 좀 더 모으라고 말했습니다.
책냠냠이들은 클러버 잎사귀를 만나서 네 잎 클로버가 있는지 열심히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그때 제가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얘들아! 네 잎 클로버 꽃말이 뭔지 아니?”
“행운이요!”
“그럼 세 잎 클로버 꽃말은?”
“…….”
“그건 말이다. 행복 이래. 우리가 말이야, 한 번 좋을 행운의 클러버를 찾기 위해, 행복을 뜻하는 수많은 세 잎 클로버를 짓뭉개거나 밟기도 하잖아요. 마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자기 집에 파랑새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파랑새를 찾아 헤매 다녔던 것처럼 말이야. 너희도 크면 알게 될 거야. 진정한 행운은 말이야 수많은 행복 속에 하나라는 것을…” 그러면서 저는 나지막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마음의 눈을 뜨면 네 잎 클로버 보다 일상의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이 보인단다’고…
우리 아파트 안에서 제일 큰 잎사귀는 팔손이나무였습니다. 그리고 목련꽃나무 잎도 제법 커서 책냠냠이들의 채집 책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른 손으로 팔랑거리며 따로 가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소나무 잎, 전나무 잎을 구별하여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소나무 바늘잎으로 고리를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만, 한 참 동안 소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책냠냠이들은 만든 목걸이를 보여주며 선생님이 대표로 그것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영광스러운 소나무 목걸이를 수여받고 계절 따라 피는 꽃 이름 말해보기 게임을 하며 나뭇잎 찾기를 했습니다.
제일 인기가 있는 나뭇잎은 은행잎이었습니다. 모아나기로 매달려 있는 은행나무 잎을 하늘로 휙 던지니 나뭇잎이 비행사처럼 땅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모과나무 잎 가장자리는 아주 뾰족하여 제법 날카로웠습니다. 아이들은 뾰족한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지르면서 잎사귀 가장자리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대추나무잎이나 밤나무 잎은 잎맥의 모양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관찰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꽃이 다 진 철쭉 앞에서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는 법에 대해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함부로 철쭉 꽃잎 꿀을 빨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이들은 담쟁이 잎, 단풍나무잎, 대나무 잎, 사과나무잎, 장미잎, 봉숭아 잎, 맥문동 잎 등을 적어서 채집 책에 넣었습니다. 소나무 목걸이에 맛 들인 책냠냠이들은 토끼풀꽃을 보더니 머리 따듯이 꼬아서 팔찌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나뭇잎 탁본 만들기 작품은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팔찌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아 온 풀잎들을 평평한 곳에 올려놓고는 가지고 온 얇은 거즈 손수건 위에 물들이고 싶은 잎사귀를 그림으로 배치해서 반으로 접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매끄러운 돌멩이를 가지고 살짝 짓이기듯 두들겼습니다. 아이들에게 돌을 가지고 두들기는 동안 노래를 부르라고 하였습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를 하면 선생님 잎사귀 모음집을 주겠다고 하자, 책냠냠이들이 노래 부르는 순서를 정하더니 이내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노래에 맞춰서 조심스럽게 나뭇잎 프린팅을 했고, 코끝으로 전해지는 진한 풀향기를 맡으며 손수건을 펼쳐 보았습니다.
“와~”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손수건에도 멋지게 잎사귀들을 배치하여, 프린팅을 했습니다. 손수건을 몇 장이라도 더 하고 싶어 했지만, 준비해온 손수건이 많지 않아서 각자 한 두 장 정도 해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더 넓은 들판에 가서 풀꽃들을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야생화 그령을 가리켜,
“저것이 ‘그령’이라는 야생화야”라고 얘기를 해주었더니만, 책냠냠이들은 ‘그려, 그려, 그령도 보고’ 하며 계속 말장난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생화 중에는 아마도‘아녀 아녀’ 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 자기만의 풀이름을 짓겠다는 듯이
“너처럼 촐싹대고 까부는 까부리 꽃~”
“야! 그럼 넌 코를 벌렁벌렁 잘하니까 코 벌렁 꽃이라고 이름 지으면 되겠네” 하면서 웃음을 지으며 아파트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 위에는 아직 이름 모를 풀꽃 이름들과, 누가 보지 않아도 여린 연둣빛을 한껏 햇빛에 드러낸 풀잎의 여운이 우리의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책냠냠이들이 피카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바랍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보이는 것의 이면에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은 매우 지적이고 논리적입니다.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대상을 해체하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놓치지 않는 것은 대상의 서정성과 부드러움의 표현이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카소가 위대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런 이면의 아름다움에 웃음을 짓기 바랍니다. 미소는 어떤 화장품보다 아름답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을 때 행복력은 커질 것입니다. 그럴 때 가슴 한가운데에 따뜻함이 고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미소만큼 예쁜 화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무에 귀를 대고 있으면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아이들은 서로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일 거라고 했더니, 자신들이 물 꿀떡이는 소리하고는 다르다며 웃었습니다. 금방 그렇게 웃음에 풍덩 빠지는 아이들의 미소는 함께 한 시간을 웃음소리로 추억하게 했습니다. 가끔 책냠냠이들이 찍어 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