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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Nov 20. 2020

소 같은 우직함과 꾸준한 실천이…

백화점에 가면 외부와 차단시키고 모든 것을 백화점 안에서 소비케 위한 시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은 전망 좋은 큰 창문을 교묘히 차단시킨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연광이 물건을 훼손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고객의 시선을 바깥으로부터 차단시켜 전시된 상품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주로 내세우는 물건들은 비싼 제품들이다. 비싼 제품을 먼저 보고 싼 제품을 보면 비싼 제품을 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이 싼 물건을 다루는 곳은 가능하면 지하에 배치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선택을 유도하는넛지(팔꿈치로 쿡쿡 찌르다) 설계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낸다. 즉 건축가가 특정 형태의 설계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건물의 설계 원리는 카즈노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에서 더 알 수 있다고 한다.

유명 카즈노는 되도록 3가지를 은밀하게 또는 철저히 차단시킨다고 한다. 창문, 거울, 벽시계를 실내에 절대로 배치 않도록 지시한다는 것이다.


 큰 창문은 검은 도박의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게 하는 하는 밝은 세계로의 출발일 것이다. 그러니 선정적인 붉은 계열 두꺼운 커튼으로 덮여 있을 것이다. 바깥세상은 잊으라는 듯이, 창문을 은밀하게 감추고 어두운 조명이 유혹하는 내밀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현란한 조명이 창문을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초췌해진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은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한 자각이다. 도박을 하는 동안에 욕망에 사로잡힌 눈망울이 이리저리 곁눈질을 해대며 노랗게, 빨갛게 충혈되어 갈 것이다. 두근대는 심장이 강박적으로 펌프질을 해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푸르스름한 얼굴빛에 가느다란 한숨만이 숨구멍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이 얼마나 깊었는지도 모른 채 수렁에 빠지게 하기 위해선 시계는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이 좋기는 하겠다. 시간의 수렁 속에서 잃은 돈과 욕망에 붙들려서 차고 있는 시계마저도 걸리적거린다는 듯이 벗어 놓게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희망'이다 싶다. 아이는 바로 우리의 창문과 거울과 시계이다.
난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내가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희생이 어떨 땐, 억울했다. 내 일을 뒤로 미루고 아이 키우는데 내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난 아이들에게 준 것보다 훨씬 많이 아이들을 통해서 배웠다. 오히려 아이들이 가르쳐준 것들은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단순하고 순수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 미래와 더불어 존중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은 창문이다. 늘 세상을 향해 언제라도 열리고 싶어 한다. 세상에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놀라울 만큼 끊임없이 그것들을 탐색하고 배우려고 한다. 내가 어느덧 나이 탓을 하며 게으르고 싶어 했을 때, 아이들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오래 열리지 않고 계속 닫혀 있는 창문은 벽과 같아요."라고.
나는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면서 세상을 좀 더 긍정하려고 애쓰게 되었고,  예전에 느끼지 않고 버려두었던 자연을 느끼게 되었다. 한 번도 제대로 쳐다봐 주지 않았던 아파트 구석진 길가의 민들레 꽃들에게까지 아이는 훅! 훅! 홀씨를 불어가면서 내게 웃음을 열어준다.

 아이들은 거울이다. 아이에게 이렇게 하지 말라고 100번 말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엄마가 꼭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는 있는 그대로를 모방하게 된다. 어쩌다가 우리 아이가 인형놀이를 하면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흉내 낼 때면 섬뜩할 때가 있다. 아! 내가 저랬구나!. 나도 모르게 저렇게 함부로 말을 했구나. 그런 아이들의 거울 앞에 부끄럽지 않을 어른이 몇 명이나 될까.

 

Pixabay

15년 가까이 독일을 이끌어가는 메르켈 총리를 보고 자란 독일 아이들은 그렇게 질문을 한다고 한다.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어요?"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이전의 대통령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한국에 사는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감옥에 가요?"

아이들의 거울 같은 눈을 의식하게 만드는 질문들이었다.

 아이들은 시계이다. 아이만큼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것도 드물다. 문득 아이들을 보면서 저런, 시간은 정말 쏜살같구나, 싶다. 잔병치레에 병원 턱이 닳도록 아이를 업고 다닐 때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건만, 어느새 아이가 원에서 배운 노래를 개나리 입모양으로 삐악 대니까 아! 시간이 쌓이기도 했구나, 하는 생각에도 이른다.

 세상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창문, 거울, 시계만 되어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런 상념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어서 쇠붙이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스산하게 떨어지는 은행잎만이 그 쓸쓸한 놀이터를 휘-잉 나돌아 다니며 색감을 내고 있다. 저 노란 은행잎 같은 아이들의 꿈이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스스로 움트는 강한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많은 사회 설계자들의 장치 속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얼마 전에 우리은행 하나은행 DLF사태는 정말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거래해온 은행의 직원 말만 믿고서 자신의 돈을 맡겼는데 터진 사건이라 더욱 놀라웠다. 사기를 치고 고객들을 배반하여 확실하게 원금은 유지되는 것은 물론 이자가 붙을 것처럼 회유해서 가입을 시켰다고 했다. 그 기사를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다. 나 역시 그런 케이스로, 은행 직원의 확실한 추천의 말을 믿고 펀드 가입을 해서 손해를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위험 펀드로 피해자들은 막대한 재산피해를 받았지만 판매한 은행은 오히려 고수익을 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원금손실이 80%까지 간 고객도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은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실적에만 혈안이 되어서 달콤한 말로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하고, 성과만을 강조한 은행 경영진들의 압력에 밀려 은행원들은 마치 아무 책임이 없다는 듯이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


라임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투자의 신중함의 교훈을 받았다. 노후자금을 가져오면 노후를 편하게 해 드리겠다며, 책임질 수 있는 추천이라는 직원 말을 믿고 1억을 넣었는데 280만 원 정도 남게 된 피해자들의 사례였다. 평생 모은 종잣돈을 모두 날릴 상황에 놓인 투자자들의 잘못은,

권하는 직원의 말을 덥석 믿은 죄였다.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에서 “노후자금 등쳐먹는 **증권 배상하라. 사기판매 피해자는 피눈물로 잠 못 잔다” 등을 외쳤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관련 금융투자 전 임원을 긴급체포를 했지만, 위험을 감지하고도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한 시중은행도 있었으니 절대로 은행 직원의 권유로 자신의 돈을 덮석 투자해서는 안 되겠다는 교훈을 남겼다. 금융권에 따르면 손실률이 70% 육박하고,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익 지급 사기) 등 불법행위까지 개입돼 소송이 길어지면 문제 해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는 억울한 상황이 된 거였다. 또한 이 사태는 신뢰해왔던 은행으로까지 번져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마구잡이로 흔들어 놓았다. 은행 중개인들은 사회 시스템의 이용으로 나쁜 소식을 고객이 접할 때쯤에는 이미 은행에서 사라지고 없을 경우도 많았다. 회사가 지급한 거액의 보너스만 챙기고서 퇴사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참 피해 가기 어려운 사회의 넛지 환경이다 싶다.


다시 한번 우리 사회 어른들에게 물어보고싶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창문과 거울과 시계가 되고 있는지...

소 같은 우직함과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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