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회복력을 위한 전략
한국은 구조를 '빌려' 사용해왔다.
환율은 달러의 입김에,
산업은 보조금과 외교의 틀 안에,
정책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조정에 매달렸다.
그리고 지금,
그 구조들이 하나둘씩 흔들리고 있다.
수출은 급감했고,
외환시장엔 긴장이 감돌며,
외교 전략은 예측보다 방어에 가까워졌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가?
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로.
한국은 그동안 '기술 독립'을 외쳤지만,
진짜 필요한 건
자체 공급망과 설계 생태계의 내재화다.
반도체 장비에 대한 AS 및 유지보수 자립
배터리 소재 가공기술의 국내 고도화
산업기술 R&D 주도권 확보 (공급사 아닌 설계사로)
핵심은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는 권한"을 가져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아도
금리 결정과 환율 변동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자율적이지 않다.
해법은 다음과 같다:
위기 발생시 반복되는 스왑 의존 구조를 줄이기 위해
다자간 통화 협정의 전략적 확대 (예: CMI+ 개편)
원화 국제화의 기초 작업 (결제 플랫폼,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안정성 프레임 강화)
한국은행의 시장 조정 능력에 대한 대외 신뢰 구축
통화정책의 자율성은,
국내 정세보다 글로벌 구조 속에서 증명된다.
한국은 그동안 양자외교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건
다자적 구조 속에서 능동적 조건을 설계하는 전략 외교다.
한-미, 한-중을 넘어서
한-아세안, 한-중남미, 한-아프리카의 전략 다변화
기술, 기후, 반도체, 에너지 등 의제 기반 외교 전략
대외 협정에 있어 정치적 성과가 아닌 구조적 협상 조건 중심의 정합성 강화
동맹은 입장표명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설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건
_지금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_가 아니라,
_그 구조를 어떻게 다르게 짤 수 있느냐_이다.
기술, 통화, 외교, 산업.
이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이미 설계자였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구조를 '읽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구조를 ‘그리는’ 단계다.
구조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짤 수 있는 용기로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그려진 구조 위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선을 그어볼 것인가.
10화. 실패한 설계자들 — 전환을 막은 구조와 그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