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기분나빠

D1598 / 4년 4개월 / 5살

by 담조

전날부터 유독 아이가 아빠랑 안 맞는 날이다.


아빠가 뭘 챙겨줘도 그게 아니고,

아빠가 책을 읽어줘도 그게 아니고,

아빠가 입을 닦아주는데도 그게 아니다.


아빠의 한계를 넘어섰나보다.

"OO이는 아빠가 하는건 다 싫지? 그래서 아빠는 이제 OO이랑 말 안할래."

아빠가 파업을 선언했다.


굳은 아빠의 얼굴을 보며 아이가 당황해 한다.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나는 왜 아이가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이유를 알것같다. 아이도 아이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빠도 아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둘의 마음이 상한 포인트는 '표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순간적으로 '그게 아니야!' 라고 하면서 울어버리는 감정 표현들이, 반복되는 거절로 남편에게는 데미지가 되어 돌아왔으리라.


그동안의 내가 사용했던 표현들을 되돌아본다. 어쩌면 아이의 표현은 내 입에서 나왔던 말들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서로 생각하는게 다를때가 있잖아, 그때 우리 처음 표현하는 말을 바꿔보면 어때? 지금은 '그게 아니야! ' 라고 표현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런데, 제 생각은 달라요.'라고 먼저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좋아, 그런데 잊어버릴것 같아."

"음 그럼... 이야기 나눌 시간이 필요하니까, '잠깐만'은 어때? 대신에 무섭게 '잠깐만!'말고, 말끝을 올리면서 '잠깐마~안~?'하고 이야기하는거지."

말미를 올리면서 손가락도 같이 올리니 울상이던 아이가 함께 웃는다.

"이렇게? 잠깐마~안~?"

그모습이 참 귀엽다.


그리고 상한 마음을 달래고는 아빠에게 가서 사과하기로 했다. 아빠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빠에게 걸어가서 울음섞인 목소리로 "아빠, 미안해요-"를 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귀엽다.


물론, "그치만, OO이도 생각이 있었어요~" 하고 덧붙이는것도 잊지 않는다.

어휴 누구딸인지.

아빠 딸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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