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나답게 느낀 날이 있었나요? 왜 그날이 특별했는지 적어봅니다.
나답게 느낀 날.
이렇게나 나이를 먹고도 솔직히 아직까지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참 막연하다.
'나답다'라는 표현도... 요즘 너무 남용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쩌다 '나답게,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산다'는 표현이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강해진 건지, 약간은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하도 자기 계발서 등지에서 나답게 사세요~~~ 어쩌고 해댄 결과,
본래의 좋은 의미가 다 사라진, 왠지 팬시하게만 들리는, 피상적인 단어가 된 느낌이랄까?
조금 더 시니컬하고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그게 '지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것'의 뉘앙스를 내포해서다.
원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온전히 본인의 몫이어야 하는데,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맘대로 멋대로 사는 사람들 때문에
의미가 더 퇴색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해서.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데,
누군가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 때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질투와 시기,
상대적 박탈감이 생겨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nn년 읽은 사람이지만
'나답게 살아요, 나답다,' 표현을 잘 쓰지 않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뉘앙스와 더불어 괜히 느끼하게 느껴져서.
그럼에도 -
가장 마음이 충만하고, 내가 내 마음에 들었을 때는 있다.
'아, 나 오늘 정말 잘했구나,' '좀 괜찮은데? ㅎ'
기특하고 뿌듯하게 느껴질 때.
특별한 어떤 날이나, 뭔가 대단한 업적이나 성과를 이뤄낸 날이 아니다.
(물론 그 역시 특별하고 소중한 날로 기억되긴 하겠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 어느 하루, 나를 잘 챙겼던 날들이었다.
스스로와 했던 약속을 잘 지켰을 때.
내가 나와 하기로 약속했던 운동을 하고, 깨끗하게 씻고,
건강한 음식으로 챙겨 먹고, 주변 정리정돈을 잘 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시간 관리를 잘하고,
잠을 푹 잘 자고,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을 때.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이 좋고,
그 모습이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 방향과도 부합한다고 느낀다.
어떤 괴리감도 없이, 내 감정과 생각에 솔직하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
자기 존중감은 스스로와의 신뢰를 쌓고,
그 약속을 잘 지킬 때 온다고 한다.
내 감정과 생각에 솔직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 인정해 줄 때.
그때 나는 내가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