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지금은 금쪽이 회의 중

우리가 되어, 웃을 수 있다

by 잔디

평화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안, 구석에 자리한 젊은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하다 잠잠해졌다. 그 속에 있는 나는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까. 하나의 질문에 네 명은 모두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냈다. 고요는 깨지고, 공감과 명료함이 피어났다. 지금 나는, 금쪽이 회의를 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고립되기 쉽다. 사회와 기술이 발전할수록, 서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줄어간다. 손 안의 터치 몇 번으로 우리는 쉽게 연결되지만, 그 관계는 굉장히 피상적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현대인들은 6명 중 한 명 꼴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남 일 같아도, 막상 그 6명 중 하나가 되면 체감이 다르다.


임용 첫해, 난 뼈저리게 느꼈다. 직장의 인간관계 외에도 사람을 만나야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웃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마음은 쉽게 무너졌다. 특히 연고 없는 지역에 혼자였던 난 심리적으로 많이 기울였다.


그러다 부모님께서 안부차 연락이 왔었다. 난 그날 처음으로 참아온 이야기를 쏟아냈다. 첫 직장의 힘든 점, 직장 내의 인간관계 어려움 등… 폭포수처럼 내뱉고 나자, 숨통이 트였다. 상쾌한 공기 속에서 혼자가 아닌 힘을 깨달았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동료교사들과 교류하며 지냈다.


그 교류가 빛을 발한 건, 뜻밖의 제안이 찾아왔을 때였다.

“잔디쌤, 우리 금쪽이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 잔디쌤도 같이 할래요?”


그렇게 우리는 뭉쳤다.


금쪽이 모임은 간단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을 각자 시청한 뒤, 정해진 양식에 맞게 내용을 정리해 가면 되었다. 예를 들면, 주요 문제, 가족관계, 솔루션, 질문거리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전문성을 키워갔다.


“제가 일하는 학교에도 이런 친구가 있는데, 저런 솔루션도 적용해 보면 좋겠네요!”

“저럴 땐 병원 치료가 필수인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저는 주로 그 상황에선 큰 문제 아니라고 말하면서 가볍게 이야기 꺼내요. 그러면 부담도 줄고, 누구나 겪을 수 있으니까 좀 더 유하게 받아들이시던데요?”


프로그램 속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상담하던 친구와 많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의견은 더 진지해졌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다. 혼자서는 생각 못할 아이디어에 내 손은 쉬지 않고 메모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임은 공부를 넘어서게 되었다. 겪은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와 공감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2년을 함께했다.


1학기 말, 우리는 조금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상담실에 배치할 새로 산 보드게임을 공유하며 직접 해봤다. 그때 했던 게임 중 하나가 <카탄>이다. 카탄은 주사위를 굴려 자원을 얻고, 그 자원으로 마을·도시·도로를 지으며 승점 10점을 먼저 얻으면 이기는 전략 보드게임이다.


게임에선 도둑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사위를 굴렸을 때 그 숫자가 적힌 땅의 자원을 얻는데, 도둑이 자리한 땅의 자원은 얻지 못한다. 도둑은 한마디로 불청객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도둑 덕에 웃기도 하면서 즐겁게 게임에 몰입해 갔다.


내 차례에 도둑을 옮기던 순간, 손 안의 작은 조형물이 나를 응시했다. 웃긴 표정을 지은 채 세 명이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도둑의 눈빛이 반짝이며 내 모습이 비쳐 보였다. 도둑의 저 표정이, "우리"일 때의 내 행복한 미소와 겹쳐 보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같이 자리한 상담선생님들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마주 보며 짓는 웃음과, 편안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우리의 모습. 학교라는 현장은 상담교사를 늘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이들이 곁에 있을 땐,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이 모임은 더 뜻깊다. 내가 저 도둑처럼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힘은, 연대에서 나오니까.


나는, 우리가 되어 좋다. 서로를 보듬어주는 힘의 의미를 알게 되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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