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 모습을 한 아이를 상담하게 되었다(1)

그림자 아래에서 거울을 보다

by 잔디

*아이의 특징과 상담 장면에 대한 내용은 각색하였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 자신을 품고 산다. 그 아이는 여전히 서툴고, 상처받은 채 조용히 머문다. 나 또한 돌아볼 기회 없이 어렴풋이 그의 그림자만 알고 있었다.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OO아 반가워. 난 상담 선생님이란다.”

꾸벅, 인사를 하고 주춤주춤 들어오는 어린 여자아이는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나는 ‘상담 중’ 팻말로 바꾸며 문을 닫았다. 그러고선 싱긋 웃으며, 아이의 건너편 의자에 마주 앉았다.


“오늘 상담은 처음이지? 선생님이랑 보드게임하고 놀자~. 어떤 거 해볼래? 원하는 대로 골라봐.”

편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보드게임이 놓인 선반으로 가더니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대답은, 오랜만이었다.


모르겠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정말 모를 때와 자신을 숨기고 싶은 방어기제다. 상담하며 느낀 건, 그 아이는 전자였다는 것이다. 정말 몰라서, 모르겠다 대답하고 답을 못하겠어서 침묵을 선택하는 아이. 난 그 아이에게서 나를 보았다.


나 또한 나 자신을 모르는 아이였다. 항상 자신감 부족하고, 머뭇대며 쭈뼛대는 아이. 마트에서 무슨 과자를 먹을지 고민하며 30분을 썼다. 친구 집 초인종을 누르지 못해 한 시간 동안 서성거리다 집에 온 적도 있다. 그럴 정도였으니,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여린 아이를 겹쳐 보면서, 그 아이를 이해하려 했었다. 나와 닮은 점이 많으니, 상담의 부담감이 덜어졌다.


상담 전,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다. 그 아이는 말이 느리고 대화가 잘 안 된다고. 발표도 오랜 인내를 기다려야지만 한마디를 겨우 듣고, 밤늦게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숙제를 뭘 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단순히 사회성 부족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마주한 아이는 좀 달랐다. 가령 예를 들면,

“그럼 친구들에게 속상함을 느낀 적은 또 언제야?”

“이상한 별명으로 절 놀릴 때요.”

“그건…. 아까 말하지 않았어?”

이런 대화들이 마음에 걸렸다. 깊이 이어가려 해도 실패하고, 도돌이표 되는 대화들.


상담이 끝날 때마다, 묘한 피로감을 느꼈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 아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내 과거의 그림자를 겹쳐 본 게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여전히 문제 인식을 넘어선 단계를 가진 못한 채,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의 상담은 힘들었다. 매번 “모르겠어요.”와 도돌이표 대화를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없어지고, 그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나를, 어느 순간 눈치챘다. 그렇게 1년간의 상담이 끝나고, 그저 학교에서 스쳐 지나가며 아이의 성장을 흘겨보고 있었다.


‘사실 내 내면 아이와는 많이 다른 게 아닐까?’

상담할 때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내담자를 독립된 개체로써 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나는 그것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을까, 스스로 되짚어봤다. 나의 내면 아이와 겹쳐 보면서 그 아이를 그대로 이해 못 했던 게 아닐까.


그런 내 질문의 해답을 찾은 건 뜻밖의 상황이었다.

“그 아이, 아스퍼거 증후군* 아니에요?”

상담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후,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내 모습으로 비쳐보면서, 그 아이의 내면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아스퍼거 증후군: 언어와 지능발달은 정상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자폐 스펙트럼의 한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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