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내 인생의 선물입니다
나는 안다,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한동안 감정의 벽을 쌓아 느끼지 못했다. 기쁨도, 슬픔도 그저 지나가는 찰나의 바람이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감정은, 우리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최근에 알게 된 노래가 하나 있다. 찰리빈웍스의 <우리 사랑은>이라는 노랜데, 선선한 가을 날씨에 듣기 좋았다. 특히, ‘바람도 버티기 힘든 나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 마음들은 전부 소중한 추억이니 전부 모아 살아갈래.’라는 마음이, 나에게 파동을 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 난 상담을 받은 적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받았었다. 그때 상담에서 권유받은 게 있었는데, 나에 대한 관찰일기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관찰일기는 식물이나 곤충을 하나 놓고 꾸준히 지켜보며 기록하는 걸 말한다. 나에 대한 관찰일기라면, ‘나’라는 생명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감정을 느끼고 표정을 짓는지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처음엔 낯설고 어려웠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하루는 내가 유난히 지쳐있는 날을 관찰했다. 해가 진 늦은 저녁, 카페 안의 조명이 낮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환한 인공조명 아래서 난 시들어갔다. 눈이 무거워지고, 두통이 몰려왔다. 한눈에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조도가 낮은 조용한 곳으로 자리했을 땐, 생기를 되찾았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빛 하나에도 내 감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 더, 나를 이렇게 관찰하는 게 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그렇게 차근차근 관찰일기를 써 내려갔다.
관찰일기와 함께했던 건 장점을 구체적으로 찾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회복탄력성이 높다.”라는 말을 상황에 맞춰 구체적으로 “쉽게 넘어지지만 빠르게 일어난다.”라는 식으로 적는 것이다. 핸드폰에 메모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적어봤다. 그렇게 난, 나와 더 친해지는 그 시간이 좋았다.
관찰일기와 장점 구체적으로 찾기를 하면서 잊힌 내 취미가 생각났다. 고등학생 때까지 즐겨하던 글쓰기.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점점 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보는 또 다른 거울이 되어주던 게 떠올라 오랜만에 다시 펜을 집었다.
고민이 많아지거나 생각이 복잡할 때 펜을 들었다. 아무 말이나 한번 적어보면 내 생각이 정리되겠지, 하는 마음에 적어보았다. 그런 식으로 4페이지를 완성하자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뿌듯함에, 상담실에 그 공책을 들고 가보았다.
처음엔 상담자가 살짝 놀랐던 것 같다. 과제도 아닌데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이 큰 발전으로 여겨졌을 테니까. 내가 어떤 경위와 방식으로 글을 쓴 건지 듣자, 상담자는 나를 격려해 주었다. 상담이 끝나더라도, 이 취미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하였다.
다행히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며 나를 정리하고 내면을 바라보게 되어 좋다. 특히 글쓰기는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가 효과적이다. 나는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지고, 하늬바람에도 휘청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슬프고 아픈 내 감정을 모른다면, 인생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 테니까.
슬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서운하고, 우울하고, 짜증 나고, 비참하더라도, 글을 써본다. 그 순간은 넘어져 있지만, 글을 쓰며 난 일어선다. 나의 발자국을 본다. 내 앞에 놓인 선물을 본다. 저 부정적인 감정들조차, 나에겐 선물이다.
슬픔이 있어야 감동은 더 깊어지고, 분노를 느껴야 안온함의 힘을 느낀다. 비참해져 봐야 위로의 진심을 더 잘 알 수 있다. 감정이란 그렇다. 나에게, 우리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선물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