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선생님, 이거 또 언제 해요?

by 잔디

나는 상담교사지만 상담만 하지 않는다. Wee 클래스라는 이 공간을 더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가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채운다. 특히 아이들이 웃으며 포즈를 취할 때, 난 필름 카메라로 그 낭만을 인화한다.

상담하기 위해선 내담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담을 무겁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만 한다면, 오던 내담자들도 발길을 멈추게 된다. 그래서 난 상담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그중 하나는 가장 반응이 좋은 포토존 행사다.


포토존 행사는 말 그대로 포토존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다. 메인이 되는 행사 속 잠시 웃음을 머물게 하는 순간이다. 그 짧은 웃음 덕분에 상담실 공기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만큼 아이들 반응도 좋아서 매번 필름 카메라를 챙기게 된다. 렌즈로 아이들의 순간을 포착하면, 느껴진다. 이곳이 아이들에게 ‘편안함’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을.


나는 일 년에 세 번 특별한 시간을 만든다. 매 학기 초, 신학기 상담주간에 아이들을 마주하고, 학부모 상담을 받는다. 2학기에는 사과데이 같은 특별한 날을 잡아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사과데이는 이름처럼 서로에게 사과하는 날이다. 10월의 어느 가을날, 꼬불꼬불한 손 글씨로 서로에게 미안함이나 고마움을 고백한다. 그 글씨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피워낸다. 달콤한 과자와 함께 전달되면, 서로의 마음이 더 달콤해진다.


누군가는 친구에게, 또 누군가는 선생님이나 부모님께도 그 마음을 전한다. 담임선생님께 고마움과 존경심을, 부모님께 사랑을 속삭이기도 한다. 말로 할 때보다 손 글씨에 스며있는 작은 진심이 더 진해져서 좋다. 그 진심은 따뜻한 바람이 되어, 어른들의 마음을 녹여낸다.


신학기 상담주간은 상담실에서 하는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학교가 시작되는 시기에 나도 아이들을 새로 알아간다. 상담실 문을 처음 여는 그 순간, 한 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첫인상을 마주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때, 편안함을 느끼기란 어렵다. 쭈뼛쭈뼛 경계와 호기심의 눈초리로 나를 처음 바라보며 이 상담실을 탐색할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다.


그럴 때 가장 다가가기 좋은 수단이 필름 카메라다. 머리띠와 인형들, 벽에 장식되어 예쁘게 꾸며진 포토존을 보면 아이들의 눈빛에서 경계가 사라진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채워지며 아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인형을 구경하며 머리띠를 써보고, 어떤 포즈를 취할지 고심한다.


그렇게 점차 경계에서 기대와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 난 좋다.


“포즈 다 취했어요?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외치며 렌즈를 아이에게 향하면 아이는 셋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브이 표시도, 웃는 모습도 순간적으로 남게 된다, 그 눈빛과 함께.


사진을 받고 인화되기까지 기다리며 즐겁게 이야기 나눈다. 이번 2학기에는 특별히 포토 카드 꾸미기를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스티커와 테이프들로 꾸미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행사가 끝나갈 때쯤, 아이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이거 너무 재밌어요! 언제 또 해요?”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조금 더 가벼워질까.

아이들이 이곳을 편하게 오가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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