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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Apr 05. 2019

부정적인 말들은 힘이 넘친다

지난 내 유학기들을 쭉 다시 읽다보니, 문득 대학 입학시절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갓 상경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그 때 별별 도시괴담을 다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S양이 1학기를 채 못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더라, 서울 애들은 깍쟁이 들이라 서울 가면 쉽게 친구도 못사귄다더라, 방세가 너무 비싸서 자식 대학 보내고 집안에 빚만 잔뜩 늘었다더라(이건 팩트구나)등등. 서울살이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10년 전 핏덩이 시절의 내가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한 일일 테다.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던 작년 내 모습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놓고도 여러 괴담들을 참 많이 들었었다.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애들이 태반이다, 사고를 당했는데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을 못갔다더라, 동양 여자애들은 특히나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한다더라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이제야 좀 적응을 하고 돌아보니, 중요한 사실 하나가 보였다. 어쩌면 이런 괴담들의 진위여부보다 더욱 중요하고 명백한 사실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쉬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다니며 사람을 사로잡는다는 것.


부정적인 이야기에 더욱 신경을 세우는 것은 인류의 생존본능과 직결되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 인류는 부정적인 시그널에 민감해졌다고 한다. 생존본능이라니. 그래서 그렇게도 항간에 나도는 괴담들이 마음에 콕 박혔나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확실히 힘이 넘친다.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처럼 자취를 찾기 힘든 반면, 시작도 전에 낙담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길거리 전단지처럼 귓가에 치이고도 남는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한번 듣고 나면 마음에서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안그래도 과장된 이야기들은 마음 속에서 한번 더 부풀려진다. 그렇게 사로잡힌 마음을 이겨내고 뭔가를 하려면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야기는 천 가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나머지 999개의 이야기보다 더 크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10년 전 그 때, 서울살이에 적응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보다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고 즐겁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도, 해외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돌아간 사람들보다 각자의 뜻을 안고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무수한 괴담들이 일견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더 충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아쉽게도, 그런 사람들은 굳이 자기 이야기를 나서서 하지 않기에 찾기가 힘들 뿐. 부정적인 이야기들과 속성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괴담은 찾아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전해지는 반면, 미담은 찾아나서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그동안 나의 주파수가 '비관'에 맞춰져 있었지 않았나 싶다. 소비하기 쉽고, 짜릿(?)하게 자극적이니 자꾸 그런 이야기에만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쉽게 마음을 내줘버린 것도 같다. 주파수를 바꿀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사례에 사로잡혀 걱정과 불안이 늘었다면, 긍정적인 사례를 더 많이 찾아보면 된다.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보면 된다. 


부정적인 이야기 하나 때문에 시작도 전에 낙담해버리기엔, 열려 있는 999가지 기회가 무지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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