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관찰자
나는 딸부잣집에서 막내였지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 못했다.
형제들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났고,
내가 어릴 때 사춘기였던 언니들은
한참 엄마의 속을 썩이며 집안을
늘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뒤집어 놓곤 했다.
비교적 조용하고 어렸던 나는
집안의 관심대상에서 항상 벗어나 있었다.
아이였지만 보채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다.
보호자가 있었지만 보호되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형제들이 차례로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키우며
그들은 오히려 엄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졌다.
모든 걸 다 보며 자라온 나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너네들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끝내 참았다.
엄마는 가난한 집에 스무 살 때 시집와서
아이를 줄줄이 낳아 키웠다.
물 길러 세탁기도 없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혼자 돌보며
희생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자식을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수십 번 꽂으며 자란 당사자들이, 그 입으로 그런 말할 자격이 있을까.
참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나도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엄마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나 또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보니
내가 자라온 가정엔 형식적인 양육 이외에,
따뜻한 온기도 세심한 돌봄도 없었다.
결국, 그게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