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말하면 먹자골목이 여기도 있다. 호주는 나라 자체의 전통음식이 없다. 그래서인지 나라별로 음식점이 많다. 중국음식점이 가장 많고 태국, 베트남, 일본 식당 등 사람도 많고 식당도 많은 편이다. 특히 일본 초밥집에는 항상 손님이 많았다. 반면 한국식당은 다른 아시아 식당에 비해 손님도 적고 식당도 별로 없다. 내가 만일 한국식당 주인이라면 철판을 밖에 놓고 불고기를 구워서 무료 시식을 하고싶다.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한국식당을 볼 때마다, 다른 아시아 식당에 사람이 북적거릴 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한식을 잘 알지 못해서 손님이 적은 편이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이 넘쳐날 텐데'라고 남편과 자주 이야기했다. 음식을 먹는 중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 유리에 붙여놓은 음식 그림과 이름을 열심히 보다가 발길을 돌리곤 하는데 그 순간이 제일 안타까웠다. 우리도 중국 식당에 붙여놓은 음식들을 보면서 사진과 이름, 재료만으론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경험이 여러 번 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한국식당은 손님이 적다 보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새로운 식당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한식을 포기하고 돈가스 전문점으로 일본식 식당과 비슷하게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았다.
뭐가 문제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군데 다녀봐도 한국식당처럼 인심 좋고 반찬을 주는 곳이 없다.
가끔 일본 식당에서 정말 거짓 없이 표현하면 손톱만 한 크기에 종이보다는 조금 두꺼운 두께의 무와 양파로 피클을 만들어서 반찬으로 주는 경우가 있다. 다른 곳은 볶음밥이나 쌀국수, 그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반찬 없이 해당 요리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식당은 기본 반찬을 3가지씩 준다. '반찬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하세요'라는 직원의 말도 늘 듣는 말이다. 어묵볶음, 김치, 잡채 등 3가지 반찬에 국밥 종류는 밥도 주고 음식도 푸짐하게 나오는데 손님은 별로 없다.
지난주에 새로운 먹자골목의 한국식당에 양념게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그 상가에는 한국식 중국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그 옆에 한국식당이 또 들어왔고 통로를 지나 또 하나 더 오픈을 했는데 세군데 모두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둥둥 뜨면서 신났다.
평소에는 식당 손님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호주 사람부터 중국, 태국 등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더 많고 한국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서 노트에 도착한 순서대로 이름을 적고 직원의 호출을 기다렸다.
너무나 신기하고 신나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 일본 식당을 슬쩍 둘러보러 갔다.
헉 웬일인가!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다. 이런 일은 호주 와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계산하며 주인에게 원인을 물어봤더니 BTS가 먹는 음식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다음으로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배우들이 먹던 음식을 찾는 경우가 두 번째였다.
그럼 그렇지! 사람들이 이제야 한국의 정이 넘치는 반찬을 비롯한 푸짐한 음식문화를 알게 된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라 BTS가 김치를 먹는 영상을 봤다며 한국 마켓에 김치를 사러 오는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도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외국 사람과 반반 정도의 분포도를 보인다.
외국에 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행동 하나에도 한국 사람은 이렇다고 보여주고 싶다.
쇼핑센터에 가면 큰 마트의 쇼핑카트가 있다. 사용 후 카트 반납하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빈 공간에 세워두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모습을 호주 사람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로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갸우뚱, 양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바깥으로 살짝 들어 보인다.
다른 차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버려두고 간 쇼핑카트를 보면 내 카트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함께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I'm Korean 너네랑은 달라'라며 어깨를 으쓱해본다.
성당에서도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미사 진행 파워포인트 봉사를 한다. 신부님의 진행에 맞춰 파워포인트를 넘겨야 하는데 처음에는 실수도 잦았다. 찬송을 너무 일찍 틀어서 모두 놀라며 나를 쳐다볼 때 신부님이 '제인
음악을 일찍 틀어줘서 고마워'라고 하자 모두 웃었던 적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봉사를 계속했다. 요즘은 다른 봉사도 해 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경우도 종종 생겨서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하고 있다.
연세 드신 분들이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물어온다. 어떤 날은 '미안해 이건 전혀 모르는 내용이야'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상대방은 '제인이 모르는 것도 있어? 넌 뭐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많다며 기회 되면 한국에 꼭 가보라고.
실제 겨울 눈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눈과 겨울을, 사계절이 푸른 것만 보는 사람들에게 단풍으로 불타는 가을 산을, 벚꽃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벚꽃이 눈처럼 피어 바람에 날리고 나무 밑에 하얗게 쌓여 있는 내 나라의 그리움을 사진을 찾아가며 설명한다.
한 줄 요약: 애국심은 아주 작은 행위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으면 가장 크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