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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l 29. 2022

장상피화생

과일은 식전에 먹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12~16시간)이 건강에 좋다는 뉴스가 귀에 쏙 들어오더니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 그리고 건강에도 좋다면 해야지 콜~

평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8시간 공복은 이미 일상이었다. 그래서 12시간 단식을 하다가 차츰 시간을 늘려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1년 넘게 했다.

아침은 제철과일 한 개와 베리 종류 반 접시 정도, 삼십 분에서 한 시간 후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일 2식. 중간중간 넛트 종류 먹음.




체중도 조금 줄고 무엇보다 군살이 줄어서 옷을 입어도 맵시가 있는 것 같고 좋았다.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하다가 건강검진을 했다.

완벽한 건강검진 결과를 기대하며 결과는 친구 집으로 보내달라고 신청을 하고 호주로 들어왔다.

도착 후 일주일이 지났을까 다른 결과는 다 좋은데 위장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연락이 왔다.

병명은 ‘장상피화생’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인지 딸 셋 중에 유독 위장 문제로 자주 고생을 하는 나는 그럴 때마다 몇 달씩 약 먹고 음식 조절하면서 다시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늘 위염이라는 진단만 받았을 뿐 장상피화생이란 결과는 처음이었다. 위가 장의 점막처럼 변한 상태라서 장상피화생이라 하며 위암의 전 단계라는 정보도 있었다.

건강검진을 받기 전까지는 가끔 그것도 약간 속이 불편한 정도였지 쓰리거나 통증이 없었기 때문에 한두 달 음식을 조절하며 최대한 편하게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증상이 호전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위내시경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다시 검사를 신청했다.

한국과 다르게 위내시경 절차가 복잡하고 꼼꼼했다.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고 검사를 마친 후 에도 보호자에게 검사자를 인계를 하는 절차를 따라야 했다.

이름과 생일, 혈압체크, 복용 약 여부, 알레르기 여부 등 검사실 입구에 간호사가 질문하며 기록지에 체크하고 검사실 간호사가 다시 질문하며 기록지에 체크했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질문하며 기록지에 체크하고 수면 마취과 의사가 마취 전 다시 질문하고 체크한 후 수면상태로 들어갔다.

검사 결과는 CSDI(Congenital Sucrase Isomaltase Deficiency) 즉 선천성 수크라아제 이소 말타아제(설탕) 분해효소 결핍증이라는 병명이었다.

특정 당분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보통사람에 비해 현저히 낮다 보니 그런 종류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음식들이 위에서 부패하거나 발생되는 가스등으로 인해 위 점막 손상이 지속되면서 장의 점막처럼 변한 상태였다.

순간 나의 아버지도 나와 같은 병을 앓았고 원인을 찾지 못해 암으로 진행되면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한국에 있었으면 찾지 못했을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몇십 년을 위장 문제로 병원을 다녔지만 정확한 나의 병명을 알려준 의사는 없었다.




식단을 잘 지켜야 한다며 자료를 주었다. 살펴보니 나와 같은 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베리류, 키위 포도, 배 등 몇 가지밖에 없었다. 과일을 엄청 좋아하는 나는 실망이 컸다. 복숭아 특히 망고스틴과 망고, 사과도 금식 종류에 속했다. 야채에서도 그 흔한 양파, 당근, 옥수수도 먹을 수 없고 글루틴 프리와(밀가루 종류) 락토스 프리(유제품)만 먹을 수 있다.

음식 일지도 써서 나에게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별하라고 했다. 아침저녁으로 위장약을 2알씩 먹었다. 처음 알게 된 사실로 위장은 치료약이 없다고 한다. 위산을 억제시켜 위장 스스로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6개월 후 내시경을 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다시 검사를 했다.

철저한 식단과 약 복용을 한 탓인지 6개월 만에 장상피화생 증상은 사라졌고 복용 약도 중단했다. 이렇게 관리를 잘하면서 1년 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또 1년 후 검사를 마친 의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 상태로 생활하고 관리하며 5년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과 함께 나의 위장은 정상이 되었다.




의사들이 말하기를 중환자 대부분이 원인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의 경우도 20대부터 위장전문병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늘 위염을 달고 산다는 생각으로 지냈다.

이번에도 위장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과일을 좋아하는 나는 과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위암이라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 결과에 도달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평소에도 불편한 곳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받는 나의 습관 때문에 큰 병을 막을 수 있었다.




요즘 시대는 정보가 넘쳐난다. 특히 건강정보도 어떤 식품이 어떤 방법이 등등 정보의 홍수 속에 노출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사람마다 상황이 다름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식전 과일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 나로서는 위에게 심각한 병을 초래한 결과가 되었다. 좋지 않은 위장으로 공복 상태를 길게 유지해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됐고 소화능력도 없는 과일로 두 번째 고통을 준 셈이다.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우선 나의 몸 상태를 잘 알아서 살피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의사가 권하는 식품이나 생활방법도 누구에게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생각해 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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