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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ug 30. 2022

나는 글을 왜 쓰고 싶을까?

정제인_1-1_나누는 삶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명작소설이나 베스트셀러로 유명해진 책들을 멋으로 들고 다녔다. 직장 다닐 때도 자유 시간이 있을 때면 책을 펼치고 그것도 중간 페이지쯤 눈은 책을 보는 척 하지만 평소 관심 있는 남자 직원 J가 멀리 보이는 위치에 앉아 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J가 가까이 오더니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제목이 뭔가 나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 것 같아 선택한 '백 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책도 내가 들고 다녔던 책 들 중에 가장 두꺼웠다. 그 책을 읽어보려고 시도는 했으나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잤거나 내용이 어려웠던 기억.

그런데 J가 ‘중간쯤 보면 무슨 무슨 내용이죠? 하면서 나중에 시간 되면 차 한 잔 하면서 책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헉! 나의 낚싯줄의 찌를 제대로 물긴 했는데 이러다 놓쳐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 몇 날 며칠을 책을 읽으려고 시도는 했으나 콩밭에 가있는 마음을 잡아 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그 후로 J는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맞은편에 앉아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업무적으로도 좀 부드러워졌다.

어느 오월 사내 신문에 제출했던 나의 시가 실렸다. 나보다 그 소식을 먼저 알고 신문을 들고 내 옆으로 다가온 J는 싱글벙글 웃으며 시를 이렇게 잘 쓰는지 몰랐다며 자신도 많이 쓰긴 하는데 누구에게 보여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 후로 J와 2년 가까이 교재를 하다 결혼을 했다.

결혼 후 6개월 만에 2세 소식을 만났다. 누구나 처음이지만 방법도 모르고 막연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어느 날 회사에서 내게 온 소포가 있다고 담당 직원이 가져가 주었다. 열어보니 ‘아이를 잘 키우는 법’에 관련된 2권의 책을 시아버님이 보내셨다. 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을 쳐가며 몇 번을 읽고 다른 책이 궁금해져 서점에 가서 여러 종류의 책들을 보았다.

책은 이렇게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나 해결 능력이 필요할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준다는 따스함을 알았다.


처음 병원에 다녀온 날부터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출산일에는 동생이 대신 나의 말을 적어 주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책보다는 동화책을  셀 수없이 함께 읽으면서 작가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왜 쓰고 싶은지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받게 된 심리상담, 심리 공부 이후에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자신을 알고 난 전과 후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를 비롯한 가족관계와 친구들은 물론 주변까지.

이 과정을 쓰면서 많은 책으로부터 아낌없이 받았던 나무가 되어보고 싶다.

아직은 야무진 꿈이지만 든든한 문우들이 많아 잘 될 것 같다고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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