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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Oct 29. 2019

이사하는 날

가구들이 사라진 방 안에서

그날의 아침은 분주했고 낯선 이들에 의해 물건을 가득 실은 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녹아 든 방 안이 텅 비워지고 공간이 재정비되자, 문득 낯설어진 익숙한 곳에서 모순된 아침이 흘러가고 있었다.

가구들이 사라진 텅 빈 방 안, 아침이 이렇게나 밝았던가.


늘 빛을 곁에 두고도 정작 눈앞의 어둠에 가려 찬란함을 놓치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사는가,

얼마나 많은 아침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인가.


어느 특별한 아침, 비로소 나는 깨닫는다.

정신없는 일상 속, 내게도 수많은 아침이 있었다는 것.



크고 작은 가구 뒤에 가려진 아침 태양,

허황된 욕심 뒤에 가려진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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