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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Nov 06. 2019

물 한잔

습관에 관한 고찰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야기.     

극심한 가뭄으로 땅과 모든 식물들이 메말라버린 나라, 그들은 가족들이 마실 물을 길러 가기 위해 무거운 양동이와 대야 등을 어깨에 짊어지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걸을 수 있다면 어린 아이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해 십리 길을 꼬박 걸어야 하는 하루하루.

등에 갓난아기를 업은 여자들도 있다.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두 시간의 행군 후에야 겨우 얻을 수 있는 물, 약 2리터.

그렇다고 그 물이 깨끗하지도 않다. 흙이나 벌레 등이 빠져있고, 기생충들로 오염되어 많이 마시면 구토와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허나 먹을 것이 없어 그 더러운 물이라도 마셔야 굶주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단다.

언제 또 말라버릴지 모르는 한 줄기의 물 앞에는 늘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고여 있는 물에서 빨래를 하다가, 혹은 데려온 아이를 씻기다가 옆 사람과 시비가 붙는 일도 허다하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물 전쟁이 끝나고 양 손 가득 더러운 물 양동이를 짊어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 그것은.

이른 아침, 잠에 취해 방문을 열고 나와 정수기에서 물 한 컵을 금방 받아 벌컥벌컥 순식간에 갈증을 걷어 낸 내 표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평화로움이었다.     

익숙한 습관 하나가 늘 곁에 있는 고마움을 무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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