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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Nov 06. 2019

굳은 살 하나

행복한 하루의 조건

잘라도 잘라내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봉긋 솟아오르는 굳은 살 하나는 마치 불행인 것 같다.

참 매끄럽고 싶은데, 삶의 주홍글씨처럼 단단히 박힌 그것 때문에 예뻐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든 없애보려고 바짝 잘라내다가 피가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는 것이 일방통행이라면 얼마나 수월할까.

계획했던 것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생각했던 것들이 눈앞에 쭉 펼쳐진다면 못난 굳은 살 따위 박히지 않았겠지. 그런데 그렇게 삶이 일직선이라면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살면서 평온한 날들은 지극히 드물다.

어쩌면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바짝 깎은 손톱으로 단단히 묶인 매듭을 풀려할 때의 불편함 같은 일.

그렇게 여러 개의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작은 행복, 그것에 우리는 의외의 큰 기쁨을 느끼는 것.     


조금은 빚지는 기분으로 살아야 풍족해지는 것이 행복의 진리인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가 혹은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수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찬사를 받는 것은 그들의 손과 발에 무수히 박힌 굳은 살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삶의 증거, 남들보다 한 움큼 더 노력했다는 날들의 증표인 것이다. 그 속에 성취에 대한 커다란 기쁨이 있다.     


행복은, 가장 못나고 투박하고 아픈 것 깊숙이 숨어 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세상 모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으려 불행해지는 우리는 끊임없이 굳은살을 떼어내는 데에만 몰두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번쯤은 투박하게 손등을 스치는 굳은살을 내려다보며 손톱깎이를 집어 드는 대신, 참 열심히 살았네, 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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