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 손가락의 수리 기사
# 인생의 잠금 패턴
이제 막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이 어느 날 큰일났다며 내게 조르르 달려왔다.
금방 설정한 휴대폰의 잠금 패턴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들의 말로는, 혹시라도 자신이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누군가가 만지려 할 때를 대비해
잠금 패턴을 어렵게 설정했다는 것인데, 본인이 설정한 패턴이 생각나지 않는다니,
쥐를 잡으려 설치한 덫에 본인의 발이 걸려버린 셈이 된 것이다.
우리는 그날부터 패턴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기하학 모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단서는 딱 세 가지뿐이었다.
- 기억나는 건 처음 시작점과 다음의 점 뿐.
- 대각선이 한 번 들어간다는 것.
- 한 번 지나간 점은 다시 지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것도 몇 번을 틀리고 나니 다시 시도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계속 늘어났고,
우리는 그렇게 실망과 한숨을 반복하면서 이틀을 보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니 답답해진 아이가 투덜대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왜 그랬을까?"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잠금패턴 풀기'를 치니 몇 가지 방법이 나왔는데, 미성년자인 아이의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휴대폰 초기화'밖에는 없었고 그마저도 필요한 서류 구비 등의 절차가 복잡했다.
작은 기계 안에 소중한 추억들이 많았던 아이는 그것만은 안된다며 울먹거렸다.
3일째 되던 날,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패턴 풀기를 시도했다.
'처음은 이 점이 확실해?' '모든 점을 다 지나갔어?' 등등의 질문을 하며
우리는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이 된 것처럼 추리를 해 나갔다.
1시간쯤 지나고 이제 막 포기 직전까지의 상태가 왔다.
"휴, 이번이 마지막 그림이야."
간절함 반, 포기 반의 심정으로 마지막 패턴을 그리는 순간 거짓말처럼 잠금 화면이 풀렸다.
우리는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진짜 대단해!"
흥분하며 펄쩍펄쩍 뛰는 아이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말했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란다."
우리가 가진 지나친 호기심, 너무 많은 욕심과 욕망, 섣불리 내뱉는 방대한 양의 언어,
과한 친절이나 적대심, 넘치는 자신감이나 소심함 등등에서 비롯되는 곤란한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대부분의 갈등의 원인은 중용에서 벗어난 것에서 초래된다.
인생의 곳곳이 '과유불급'이다.
아이의 작은 실수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