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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Nov 30. 2021

엄마 손은 약손

세상에서 유일한 당신의 손

아이가 가끔씩 배가 아프다며 조르르 달려와 내 무릎 위에 눕는다.

아이의 배를 문지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손은 약손~ 우리 아기 배는 똥배~"


잠시 후 아이는 이제 괜찮다며 다시 조르르 달려간다.


어떤 특정한 약의 작용도 아니고, 과학적으로도 전혀 증명되지 않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민간요법 같은 이 방법은

놀랍게도 꽤나 효과적이다.


나 어릴 적에도 그랬다.

뭔가 긴장되거나 불안해서 배가 살살 아파올 때

엄마가 배를 문지르며 저 노래를 불러주면 거짓말처럼 싹 나았다.


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날,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던 길이었다.

손이 너무 시려서 장갑을 끼고도 엄마의 외투 주머니 안에 손을 비집어 넣었는데,

엄마는 늘 맨 손이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양 손 가득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었는데도 엄마는 늘 맨 손 그대로였다.

늘 집안일을 하느라고 거칠어진 손이었어도 핸드크림을 바르는 일이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 손은 점점 투박해졌지만,

배가 아플 때만큼은 언제나 약손이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장갑이나 핸드크림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일이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느라 마른 손에는 금세 물이 묻었고,

아이를 먹이고 씻기느라 크림 바르는 일은 사치에 불과했다.

엄마의 손도 이랬을 것이라 짐작하니 마음이 아렸다.


지금도 배가 아플 때면

어린 시절 문질러주던 엄마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이 떠오른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한겨울에 엄마가 장갑을 끼지 않던 이유,

상처를 안고도 반창고 하나 붙이지 않던 엄마의 손,

예쁘게 꾸밀 줄 모르는 엄마의 맨 손등.

그것이 늘 나를 위한 준비였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도 엄마 손은 늘 약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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