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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Mar 27. 2022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오래전에 봤던 한 사람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 영상은 어린 시절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가끔 곱씹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갖추어야만 연주할 수 있는 난이도가 높은 곡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곳을 연주하는 사람이었다.




"희아가 태어나자 모두가 '왜 태어났을까, 장차 얼마나 불행할까'라고 걱정했어요. 낙태 권유도 받았어요. 그런데 아이를 보니 손이 예쁜 튤립 같고, 그 자체로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걸요." (어머니의 인터뷰 중)



1985년생 '이희아'

그녀는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를 가지고 있어 손가락이 양 쪽에 2개씩 밖에 없다.

게다가 무릎 아래로는 다리가 없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엄청난 연습과 각고의 노력으로 장애를 딛고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103cm의 작은 키. 단 네 개의 손가락으로도 마치 열 개의 손가락인 것처럼 훌륭한 연주를 하는 그녀에게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네 개의 손가락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감동은

그 일을 해낼 수 없는 열 손가락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손가락은 네 개에요. 억지로 갖다 붙인다고 해도 열 개가 될 수는 없어요. 저는 제게 주어진 네 개의 손가락으로 최선을 다해서 연주를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가 갖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이의 법칙'


코이는 비단잉어의 하나인 관상어이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 등에 넣어두면 25cm까지,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최대 120cm까지 자란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삶이 쉽게 우울해지고, 작은 일에도 크게 낙담하며 절망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계속 작은 어항 속에 가두며 살아간다.

나이가 많아서, 학벌이 좋지 않아서, 운이 나빠서 등등의 수많은 이유를 들어가며 자기 자신을 한계 속에 몰아넣는다.


살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쉽게 잊어버린다.

장황한 계획을 세워도 완벽한 조건을 핑계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두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손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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