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

세상에서 유일한 당신의 손

집에 오는 길이면 항상 지나야 하는 도로가 있다.

그런데 그곳에 언젠가부터 작은 포트홀이 생기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크기가 커졌다.

차들은 급히 속도를 줄여야 했고, 바퀴로 전해지는 충격 때문에

여간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곧 누군가의 민원으로 하루아침에 새 아스팔트가 포장되었고,

시민들은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게 됐다.

이러한 선행은 눈 오는 날 특히 빛을 발한다.

밤새 쌓인 눈으로 다음 날의 출근길을 걱정하면

이른 아침 어느새 길이 나 있고 염화칼슘까지 뿌려져 있어

미끄러짐 없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밤 사이 열심히 비질을 한 덕분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녹색어머니' 교통봉사를 하게 되었다.

지원제였기 때문에 역시나 선행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날의 날씨 상황을 그대로 몸으로 맞으며

신호등 앞에 30-40분간 서 있는 일,

뭐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꽤 큰 마음이 필요했다.

이렇듯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은

조금 더 의로운 마음을 가진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의식으로 삶을 살아가지만,

타인을 위한 봉사처럼 대가가 눈에 보이지 않은 일들은

오로지 그의 선한 마음과 솔선수범하는 의지에서 비롯되므로

그 가치를 감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불의에 맞서는 정의를 위한 누군가의 용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

약자의 입장에 선 강자다운 강인함에 의해,

때론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 있는 마음에 의해.

"제가 하겠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권력을 가진 조직이나 단체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이들에 의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